인공지능(AI) 열풍이 촉발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결국 소비자의 지갑을 정조준했다. 전 세계 IT 시장을 선도하는 애플이 치솟는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제품 가격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스마트폰과 PC 등 IT 기기 전반의 가격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쿡 CEO는 "우리에게 전가되는 엄청난 가격 인상분을 최소화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려 최선을 다했지만 상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상 조치가 적용되는 구체적인 시기와 대상 제품군, 인상 폭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팀 쿡 / GettyimagesKorea
이번 가격 인상 선언의 배경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무한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대형 기술기업들은 AI 서버 구축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수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맺고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톱3 업체들이 HBM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스마트폰과 PC 등에 탑재되는 일반 디램(DRAM) 생산량이 급감했다.
수급 불균형의 여파로 시장 내 소비자용 메모리 가격은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폭등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세가 오는 202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쿡 CEO는 현재의 반도체 시장 상황을 "1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홍수"에 비유하며 "40년 넘게 업계에 몸담았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 본다"고 전했다.
원가 상승 압박이 거세지면서 다가올 신제품의 가격 출렁임도 예고됐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이번 원가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오는 9월 공개를 앞둔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18 가격이 최대 270달러(약 41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