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5일(월)

IPARK로 새 출발한 현대산업개발, '17명 사상' 광주 학동 참사의 그림자는 여전

사명을 IPARK현대산업개발로 바꾸며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HDC현대산업개발이지만, 광주 학동 참사 이후 지속되는 안전 문제로 신뢰 회복이라는 숙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지난해 6월 9일 광주 동구청 광장에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 5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2021년 6월 9일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도로로 붕괴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시민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당한 대형 참사였다.


origin_화정아이파크아파트내부들어가보니.jpg지난 2022년 광주 서구 화정동 HDC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 사고 현장 내부 / 뉴스1


참사 5주기를 계기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공간 조성 방안이 발표됐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학동행정복지센터 앞 녹지 공간에 추모 조형물과 나무를 심어 추모 공간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사망한 9명을 기리는 나무와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조형물을 설치해 사고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추모공간 조성 계획은 참사 이후 유가족과 지역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항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추모와는 별개로 참사로 인해 손상된 안전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 문제는 여전히 회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IPARK현대산업개발로 변경했다. HDC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그룹 내 라이프 부문 계열사들의 브랜드를 통합 정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변화다. 


image.png유튜브 '아이파크 IPARK'


회사는 대표 주거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전면에 내세워 사업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하고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결국 안전과 품질이다. 특히 중대한 인명사고를 경험한 기업이라면 새로운 브랜드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 이후 실질적으로 무엇이 개선됐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학동 참사에 대한 형사처벌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참사 관련자들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원청업체 관계자들에게는 집행유예가, HDC현대산업개발 법인에게는 벌금형이 각각 확정됐다.


그러나 행정처분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아직 진행 중이다. 서울시가 학동 참사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에 내린 영업정지 8개월 처분에 대해 회사가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origin_학동4구역재개발붕괴참사5주기추모식.jpg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해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학동참사 5주기인 9일 동구청 광장에서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 뉴스1


1심 법원은 서울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회사가 항소해 올해 4월부터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회사로서는 법적 절차를 통해 처분의 타당성을 다투는 것이지만, 17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의 행정책임 문제가 사고 발생 5년이 지나도록 법정 공방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 회복 속도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학동 참사 이후에도 IPARK현대산업개발 관련 현장에서는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했다. 


2023년 경북 경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외벽 방수작업 중 약 30m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2024년에는 경기 평택시 장당동 아이파크2차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H빔 낙하사고가 일어났다. 지하 2층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2명이 다쳤으며, 이 중 1명은 병원에서 치료받다 숨졌다.


올해에도 서울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공사장에서 화물차 운전자가 공사 자재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 동구 미포만 방파제 보강공사 현장에서도 하청업체 작업자가 사망했다. 


image.png지난 2022년 1월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 이후 건물의 모습(4월 촬영) / 뉴스1


물론 이러한 사고들이 모두 회사의 최종적인 법적 책임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 일부는 수사나 고발 단계에 있고, 각 사고별로 원인과 책임 범위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그럼에도 대형 건설업체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은 회사가 극복해야 할 신뢰의 장벽을 보여준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사명 변경을 통해 새로운 시작점에 서게 됐다. 참사 5주기를 맞아 추모공간 조성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신뢰 회복은 단순히 이름을 바꾸거나 추모 시설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


새로운 간판이 아니라 안전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강화됐는지, 협력업체 관리와 위험작업 통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그리고 이런 변화가 반복되는 현장사고를 줄이는 실질적 성과로 나타나는지가 핵심이다.


새로운 이름을 내건 IPARK현대산업개발 앞에는 여전히 무거운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