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4일(일)

성과급이냐 사실상 배당이냐...삼성·SK 보상안 소송전 간다

주주단체, 협약 무효소송·효력정지 가처분 준비

삼성 경영진에 "주총 안건으로 다시 물어라" 요구

액트도 주주명부 확보전...국민연금·블랙록 압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노사 합의로 도입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이 주주권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주주단체들은 두 회사의 성과급 산식이 임직원 보상 형식을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사 이익을 사전에 배분하는 구조라며 협약 무효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준비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와 투자자보호연합회는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경영진에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도 촉구했다.


두 단체가 문제 삼는 것은 지난달 27일 가결된 삼성전자 임금협약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DS 부문에 기존 성과인센티브(OPI)와 별도로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했다. 재원은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의 10.5%다. 지급 한도는 두지 않았다.


origin_삼성전자임단협투표결과입장밝히는주주운동본부.jpg삼성전자 임단협 투표 결과 입장 밝히는 주주운동본부 / 뉴스1


적용 기간은 향후 10년이다. 2026~2028년과 2029~2035년의 지급 조건을 나눠 두는 구조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고, 지급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는 각각 1년,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9월 성과급 제도를 바꿨다. 노사는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삼고, 이를 10년간 적용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산정액의 80%는 당해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는 방식이다.


10년 성과급 산식, 주주권 쟁점으로


주주단체들은 두 회사의 협약이 통상적인 임금협상 범위를 넘어선다고 보고 있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의 일정 비율을 장기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만큼 배당, 투자, 연구개발, 재무구조 개선 등에 쓸 재원의 배분 문제라는 주장이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근로자에 대한 성과 배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 동의를 건너뛴 절차의 흠결을 바로잡자는 것"이라며 "성과급의 규모와 방식, 지속 기간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 주주에게 가부를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투자자보호연합회도 삼성전자가 관련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종진 투자자보호연합회 대표는 "성과급이 얼마든 주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친다면 논란은 해소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국내 대표 기업으로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대응도 병행된다.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협약을 상대로 무효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두 회사 주식을 한 주 이상 보유한 주주를 대상으로 소송 참여자도 모집할 계획이다.


액트·국민연금으로 번지는 압박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도 별도 절차에 들어갔다. 액트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추진하고 있다. 주주명부를 확보한 뒤 소액주주를 결집해 주주제안이나 의결권 행사로 성과급 제도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구상이다.


기관투자자를 향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주주운동본부는 국민연금에 성과급 협약 관련 입장 표명, 경영진과의 대화, 주주행동 지지 여부 검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안건 상정 등을 요구했다. 블랙록, 뱅가드, 캐피털그룹, 노르웨이 국부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에도 같은 취지의 서한을 보낼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주요 주주다.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국민연금이 이 사안을 단순한 개별 기업 노사협상으로만 보기는 쉽지 않다는 게 주주단체의 판단이다. 해외 기관투자자까지 입장을 내면 성과급 논쟁은 임금협상장을 넘어 주총 의제로 옮겨갈 수 있다.


뉴스1뉴스1


쟁점은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을 임직원의 노동 기여에 대한 보상 비용으로 볼지, 주주 권한이 미치는 이익 배분으로 볼지다. 회사와 노조는 성과급을 우수 인재 확보와 성과 창출을 위한 보상체계로 설명해 왔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하고, 업황 회복기에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보상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있다.


반면 주주단체들은 영업이익이나 사업성과의 일정 비율을 장기간 성과급으로 고정하면 회사의 투자 여력과 주주환원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도체처럼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이 반복되는 산업에서는 호황기에 정한 배분 공식이 불황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점도 변수...법제화 가능성도 


정부의 제도 검토도 변수다. 정부는 기업 노사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할 경우 주총 결의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 상법, 노동조합법 등에 관련 절차를 명시하는 방식이 거론되지만 법제화 여부와 적용 범위, 기존 협약에 대한 소급 적용 가능성은 확정되지 않았다.


성과급 논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동차, 조선, 정보기술(IT) 업종 노조도 임금·단체협약 과정에서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에서 만들어진 보상 공식이 다른 산업으로 옮겨붙을 경우 기업별 노사협상은 주주권 논쟁과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노사 합의로 당장의 임금협상 부담을 덜었지만, 이번에는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성과급 산식의 근거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주주단체의 소송과 가처분 신청이 접수되면 법원은 해당 성과급이 통상적인 인건비 결정인지, 주주총회 절차가 필요한 이익 배분인지부터 따지게 된다.


주주운동본부와 투자자보호연합회는 삼성전자 경영진에 주총 안건 상정 여부를 공개적으로 답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존 협약 효력, 액트의 주주명부 열람 절차,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상정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