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4일(일)

신한이 키운 'TOP2플러스' 뒤따른 삼성운용...기존 ETF 이름·지수 바꿨다

신한운용 상품 흥행 이후 명칭·기초지수 동시 변경

개편 13영업일 만에 개인 3940억원 순매수


삼성자산운용이 기존 인공지능(AI)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의 이름과 기초지수를 동시에 바꿨다. 새 ETF를 상장한 것이 아니라 이미 거래 중이던 'KODEX AI반도체'를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로 개편한 방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13일 'KODEX AI반도체'의 명칭을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로 변경했다. 기초지수도 'FnGuide AI반도체 지수'에서 'FnGuide AI반도체 TOP2+ 지수'로 바꿨다. 유니버스 선정 기준은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에서 1조원 이상으로 높였고, 최종 구성 종목은 제한 없음에서 최대 15개로 조정했다.


뉴스룸시선] 삼성자산운용 ETF 리밸런싱, 지수 추종과 시장 현실 사이사진제공=삼성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은 변경 사유에 대해 "국내 AI반도체 시장에서 대표 종목의 영향력과 비중을 더욱 잘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지했다. 기존 상품이 국내 AI반도체 전반을 담는 구조였다면, 개편 이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와 주요 밸류체인 종목의 비중이 커지는 구조가 됐다.


신한운용 흥행 뒤 이뤄진 상품 개편


삼성자산운용의 상품 변경은 신한자산운용의 'SOL AI반도체TOP2플러스'가 빠르게 몸집을 키운 뒤 이뤄졌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 3월 17일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를 110억원 규모로 상장했다. 이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와 핵심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는 상장 3개월이 되기 전 순자산 5조원을 넘겼다. 개인투자자 누적 순매수액은 2조6579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이후 국내 상장 ETF 가운데 개인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큰 상품이다.


삼성자산운용의 개편 상품에도 자금이 유입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의 지난 1일 기준 순자산총액은 4조1914억원이다. 개편 이후 13영업일 만에 개인 누적 순매수액은 3940억원을 기록했다.


ETF 시장에서 같은 테마를 두고 여러 운용사가 경쟁 상품을 내는 일은 흔하다. AI반도체처럼 개인 자금이 몰리는 테마에서는 대형주 집중형, 밸류체인형, 액티브형 등 유사한 투자 콘셉트가 동시에 나올 수 있다. 다만 이번 사례는 신규 ETF 출시가 아니라 기존 상품의 명칭과 기초지수 방법론을 함께 바꾼 경우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보유자 설명 범위도 관심


신규 ETF 상장은 거래소 심사와 시장 마케팅 과정을 거친다. 기존 ETF의 명칭과 기초지수 변경은 상품 변경 공시와 투자설명서 개정 절차를 통해 진행된다. 기존 투자자는 같은 종목코드의 ETF를 보유한 상태에서 상품명과 운용 구조 변경을 맞게 된다.


이번 사안의 초점은 AI반도체 ETF 운용 가능 여부가 아니다. 상품명, 기초지수, 유니버스 기준, 구성 종목 수가 동시에 바뀌면서 기존 상품과 개편 이후 상품의 투자 성격이 어느 정도 달라졌는지다. 기존 보유자가 전략 변경 폭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는지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금융당국이 운용업계의 유사 상품 경쟁에 경고한 뒤 나온 사례라는 점도 시장에서 거론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단기 유행에 편승한 상품 집중 출시와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대해 감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시 금감원은 ETF 상품 쏠림과 유사 상품 경쟁을 과열 사례로 지목했다.


운용업계에서는 ETF 변경 공시의 설명 범위를 함께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상품명 변경과 기초지수 변경, 편입 종목 수 조정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투자자가 투자 성격 변화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 흥행한 상품과 유사한 명칭을 쓰게 되는 경우에는 변경 배경과 차별 요소에 대한 설명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신규 상장이 아닌 기존 ETF 변경 방식을 택한 이유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신한자산운용 상품과의 차별 요소, 기존 보유자에게 제공한 설명 범위도 남은 쟁점이다. 삼성자산운용의 공식 설명이 나올 경우 상품명 유사성 논란은 ETF 변경 절차와 투자자 고지 범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