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0일(수)

"헬로키티, 마리오도 KO"... 日 콘텐츠주 급락시킨 범인의 정체

일본의 주요 콘텐츠 기업들이 AI 투자 열풍 속에서 주가 급락을 겪고 있다. 닌텐도를 비롯해 소니, 산리오 등 대표적인 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 기업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수요 급증으로 급등했던 일본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가 올해 연초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닌텐도는 이날 기준 연초 대비 약 30% 하락했으며, 소니와 반다이남코는 각각 13%, 11% 내렸다.


헬로키티를 운영하는 산리오는 9% 하락했고, '원피스'와 '드래곤볼'을 제작하는 도에이애니메이션과 '파이널판타지' 개발사 스퀘어에닉스홀딩스도 각각 13%씩 떨어졌다.


산리오산리오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AI 투자 열풍을 지목했다. 생성형 AI 수요 확대와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경쟁이 지속되면서 투자 자금이 콘텐츠 기업에서 AI 관련 기술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셋매니지먼트원의 모리 유키 펀드매니저는 "AI 랠리로 인해 투자자들이 엔터테인먼트 종목에서 자금을 빼내 기술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기술이 콘텐츠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주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제작 비용을 줄이고 생산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기존 콘텐츠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산리오의 경우 헬로키티 등 자사 캐릭터 IP가 AI로 생성된 캐릭터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제작에 활용되는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올해 15억달러(2조2852억원)에서 2035년 310억달러(47조2285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040.jpg닌텐도


게임기 제조에 필요한 메모리와 반도체 가격 상승도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도토키 히로키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메모리 가격 상승은 제조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며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게임 콘솔 보급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닌텐도는 일본에서 판매되는 '닌텐도 스위치2' 가격을 1만엔 올렸다.


AI 관련 종목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일본 콘텐츠 기업들의 기업가치 평가도 하락하고 있다. 향후 실적 전망을 반영하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산리오는 1년 전 40배 이상에서 최근 17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닌텐도는 41배에서 21배로, 소니는 24배에서 16배로, 게임사 캡콤은 36배에서 19배로 각각 하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 콘텐츠 산업의 성장 가능성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콘텐츠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2033년까지 해외 매출을 20조엔(190조1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닌텐도닌텐도


우에하라 마사히로 스미토모미쓰이DS자산운용 매니저는 "산업의 구조적 악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AI가 콘텐츠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기존 팬층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팬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IP를 육성할 수 있느냐"며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기업이 앞으로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