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5일(금)

AI 시대의 역설... 가짜 넘쳐나자 '진짜' 찾는 사람들, '근본이즘' 뜬다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인공지능이 만든 그림은 사람이 그린 작품과 구별이 힘들고, 가짜 리뷰와 합성된 얼굴, 복제된 음성이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I가 복제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진짜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바로 '근본이즘'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 선정한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과 원조를 추구하는 소비 패턴을 의미한다.


한국 MZ세대 근본이즘 소비 트렌드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지난 4일 데일리팝이 인용한 토스페이먼츠의 발표에 따르면 2026 소비 트렌드에도 근본이즘이 포함됐다. AI 기술로 인해 진짜 같은 가짜가 범람하자, 소비자들이 반작용으로 희소성과 전통성을 지닌 원조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박물관 관람객 증가로 확연히 드러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5년 한 해 동안 650만7483명의 관람객을 기록했다. 이는 1945년 개관 이후 최대 규모로, 2024년 378만8785명보다 약 1.7배 늘어난 수치다.


전국 13개 소속 박물관을 모두 합하면 연간 관람객이 1470만명을 넘어섰다. AI가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시대에 사람들은 복제 불가능한 진짜 유물을 보기 위해 줄을 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MZ세대 사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클래식힙', 손으로 글을 베껴 쓰고 종이책을 읽는 '텍스트힙'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소비되고 금세 사라지는 디지털 콘텐츠와는 정반대 성격의 활동들이다.


패션업계도 전통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마뗑킴은 2025년 10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매장을 오픈했다.


1905년 문을 연 120년 역사의 전통시장에 입점한 것이다. 마뗑킴은 매장 개점과 함께 광장시장 상인 150여 명에게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과 볼캡을 제공했다. 새로 건설한 현대적인 플래그십 스토어 대신 오래된 포목 상가를 선택한 이유는 브랜드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시간의 깊이를 시장에서 빌려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근본이즘의 핵심은 결국 신뢰 문제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검증된 역사와 일관된 철학을 가진 대상이 안전한 선택지로 여겨진다. 무조건 새롭고 비싼 것을 추구하던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의 소비가 어떤 가치를 남기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근본이즘은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아니다. AI가 모든 것을 복제할 수 있는 시대에 복제될 수 없는 것만이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가짜가 넘쳐날수록 진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