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3일(수)

등반객 급증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 된 '에베레스트' 근황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모했다. 지난 5월 마감된 에베레스트 봄철 등반 시즌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네팔 정부가 발급한 외국인 등반 허가는 500장에 육박했고 셰르파 가이드와 지원 인력을 더한 총 등정 인원은 900명에 달했다.


인사이트셰르파 톈지 인스타그램


인파가 몰리며 남극 사우스콜로 불리는 해발 약 7900m의 4호 캠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천 쓰레기장’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에베레스트 등산코스의 요충지가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한 셈이다.


환경 단체와 베테랑 산악인들은 4호 캠프와 그 주변에 방치된 폐기물이 40t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한다.


폭풍우에 찢긴 텐트가 얼음 속에 파묻혔고 수천 개의 산소통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 플라스틱 포장재와 로프, 금속 식기도 가득하다. 극심한 추위로 인해 분해되지 않는 엄청난 양의 배설물은 빙하가 녹으면서 고스란히 노출되는 실정이다.


에베레스트의 쓰레기 대란은 등반객의 급증에서 비롯됐다. 에베레스트 등정은 탐험가들의 극한 도전 영역에서 대중적인 상업 등반 상품으로 전환됐다. 매년 봄 수많은 사람이 정상으로 향하면서 한정된 경로와 캠프에 쓰레기가 지속적으로 누적됐다.


자연환경의 특수성도 오염을 부추겼다. 4호 캠프는 해발 8000m에 육박하는 ‘죽음의 지대’에 위치한다.


인사이트셰르파 톈지 인스타그램


대기 중 산소량이 해수면의 3분의 1에 불과해 숨쉬기조차 힘들다. 정상을 오르내리는 등반객에게 추가 무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극단적 환경에서 '생존 우선' 법칙에 따라 산소통과 파손된 장비, 생활 물자를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고지대의 혹독한 추위와 산소 부족, 건조한 기후는 미생물의 분해 작용을 멈추게 해 수십 년 전의 쓰레기와 배설물까지 그대로 보존하는 결과를 낳았다.


히말라야산맥 중심부에 자리한 에베레스트는 아시아 주요 하천의 발원지이자 수억 명에게 담수를 공급하는 '아시아의 수탑'이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얼음 속에 갇혀 있던 쓰레기와 연료 잔해, 배설물이 흘러나와 하천 생태계와 수질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네팔 정부는 쓰레기 예치금 제도를 도입해 등반객에게 일정 무게의 쓰레기를 회수하도록 의무화했다.


인사이트에베레스트 산 / Pixabay


군대와 환경 단체도 수거 작업을 통해 매년 10t 이상의 폐기물과 사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그러나 8000m 고도에서 얼어붙은 텐트를 파내고 하산하는 작업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해 쓰레기 배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등반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에베레스트는 네팔의 핵심 경제 수입원이다. 등반 허가 수수료와 관광 수입, 고용 창출 효과가 막대해 봉쇄 조치는 현지 경제에 타격을 준다.


인원 통제가 보다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꼽힌다. 시즌별 등반 쿼터를 설정하고 허가 비용을 인상해 환경 기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상업 등반 기업에 환경 책임을 강화해 쓰레기 회수를 허가 조건과 연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에베레스트 쓰레기 문제는 인간의 탐험 욕구와 자연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제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