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반환받은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개발을 다시 시작한다. 수익성보다 환자 미충족 수요가 큰 질환 영역에 꾸준히 투자해온 유한양행이 이번에는 직접 임상 개발에 나서며 국산 혁신 신약 도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유한양행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MASH 치료제 후보물질 'YH25724'의 국내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회사는 성인을 대상으로 단회 투여와 12주 반복 투여 시험을 진행하며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PK), 약력학(PD) 등을 평가할 예정이다.
MASH는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이상과 관련해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되는 진행성 간질환으로, 과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로도 불리던 질환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치료가 늦어질 경우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다. 문제는 MASH의 환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치료제 개발은 쉽지 않은 전문 분야라는 점이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도 MASH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잇달아 어려움을 겪어왔다. 질환 자체가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데다 임상시험 기간이 길고, 지방 감소뿐 아니라 염증 개선과 섬유화 억제까지 동시에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망 후보물질이라도 기대만큼의 임상 결과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사업성 판단에 따라 개발이 중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YH25724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9년 독일계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해당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했지만, 지난해 권리를 반환받았다.
사진 제공 = 유한양행
다만 이는 후보물질의 안전성 문제가 확인됐기 때문은 아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반환 전까지 총 3건의 임상 1상을 수행하며 안전성과 내약성 등을 평가했다. 해당 결과는 이달 스페인에서 열리는 유럽간학회(EASL) 연례학술대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업계가 YH25724의 개발 재개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YH25724는 지방간 개선 효과가 알려진 FGF21과 체중 감소 및 대사질환 치료에 활용되는 GLP-1의 이중 작용 기전을 활용한 후보물질이다.
유한양행의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과 제넥신의 지속형 플랫폼 기술을 결합해 개발됐으며, 전임상 단계에서는 지방간염 개선과 항섬유화, 간세포 손상 및 염증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여기에 글로벌 제약사가 이미 수행한 초기 임상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개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사진=인사이트
무엇보다 이번 개발 재개는 유한양행이 단순한 기술수출 기업을 넘어 자체 신약 개발 역량을 입증하려는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단기 성과에 치우치기보다 암, 대사질환 등 치료 난도가 높은 질환 분야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해왔다. 특히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필요한 영역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며 장기적인 신약 개발 전략을 이어왔다.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어질 경우 기대 효과도 적지 않다. 우선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MASH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으며, 글로벌 시장 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산 혁신 신약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글로벌 제약사가 반환한 후보물질을 국내 기업이 자체 개발을 통해 상업화까지 성공시킨 사례로 기록된다면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 역량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