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노조 중노위 조정 절차 돌입한화에어로 노조는 임금 11%·성과급 상한제 폐지 요구KAI 지분 7%대 확보 국면에 노조법 41조 2항 헌재 심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고 지분율을 관계사 포함 7%대로 높인 시점에 한화 방산 계열사 노사 갈등이 불거졌다. 한화시스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들어갔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는 임금 11% 인상과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주요 방위산업체 근로자의 쟁의행위를 금지한 노조법 조항은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라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월 KAI 지분을 잇달아 사들였다. 5월 초 관계사 포함 지분율을 5.09%로 높이며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꿨고, 이후 추가 장내 매수로 지분율을 7%대로 끌어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엔진과 항공엔진을 맡고, 한화시스템은 위성·위성통신·방산전자를 담당한다. KAI 지분까지 더해지면서 한화의 항공우주 사업에는 발사체, 위성, 방산전자, 항공 플랫폼이 함께 놓이게 됐다.
사진제공=한화그룹
한화시스템 중노위행, 에어로는 성과급 상한제 폐지 요구
한화시스템 노사는 지난달 28일 중노위 1차 조정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양측은 오는 11일까지 추가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한화시스템 노조는 2025년도 임금협상에서 임금 6.8% 인상과 성과급 5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방산업체와 비슷한 처우를 요구한다는 취지다. 사측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의 요구 수위는 더 높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 11% 인상과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요구했다. 노조가 두 자릿수 인상률을 요구한 사례는 있었지만, 성과급 상한선 자체를 없애자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액체로켓 엔진 제작에 참여했고, KAI 지분 매입 이후 항공 분야 지분 영향력도 키우고 있다.
방산업체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파업에는 법적 제한이 있다. 노조법 제41조 2항은 방위사업법에 따라 지정된 주요 방산업체 근로자 중 전력, 용수,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정한다.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해당 조항은 헌재 심판대에 올라 있다. 창원지법은 2021년 6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 간부들의 쟁의행위 관련 형사사건을 심리하던 중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쟁점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방산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느냐다. 헌재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 방산업체 노사 관계는 새 기준을 적용받는다.
방산 생산 현장에 적용할 기준은 정리돼 있지 않다. 탄약, 엔진, 전자장비, 위성 관련 공정 중 어느 라인을 멈출 수 없는 업무로 볼지부터 나눠야 한다. 파업 중 남겨야 할 인력 규모를 회사가 정할지, 노사가 합의할지, 정부가 개입할지도 남아 있다.
사진제공=한화시스템
KAI 지분 7%대 올린 한화, 생산 연속성도 변수
한화는 이 논의에서 바로 비켜서기 어렵다. 한화시스템은 위성 개발·생산, 위성통신, 방산전자를 맡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올해 첫 현장 경영지로 찾은 제주우주센터도 한화시스템의 위성 생산 거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엔진, 항공엔진, 지상무기, 탄약을 맡는다. 위성, 엔진, 방산전자가 한 그룹 안에 같이 있다.
현행 조항이 유지되면 한화 방산 계열사 노조의 파업 압박은 제한된다. 헌법불합치나 위헌 결정이 나오면 기준은 달라진다. 한화시스템의 위성 생산과 위성통신 업무가 파업 제한 범위에 어디까지 들어가는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체 엔진·항공엔진·탄약 라인 중 어떤 공정을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지가 남는다. KAI 지분 확대 이후에는 항공 플랫폼 관련 업무도 같은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
한화시스템 측은 노조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출장 규정 운영은 유가와 환율 상승 등 대외 변수에 대응한 비용 효율화 차원이고, 인사 평가와 계열사 간 인력 이동도 경영 환경 변화와 인력 수요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다. 중노위 조정 절차와 관련해서는 노사 간 협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실적과 보상의 간극을 문제 삼고 있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는 수출 호조 속에 외형을 키워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KAI 등 주요 방산업체의 지난해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노조는 회사가 거둔 성과에 비해 직원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말까지 총 5천억원을 투입해 KAI 지분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 노조의 2차 조정 일정은 이달 중순 이후 다시 잡힐 예정이다. 헌재의 노조법 제41조 2항 판단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