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56% 늘었다. 석유화학 공급과잉과 바이오 투자 부담이 남아 있는 가운데 식품과 유통이 먼저 이익을 키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본업 경쟁력 회복도 식품·백화점·관광 소비에서 먼저 숫자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롯데지주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6222억원, 영업이익 46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15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4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화학 부문 부담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식품과 유통이 지주 손익의 하단을 받쳤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식품이다. 롯데지주 식품 부문은 1분기 영업이익 1057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보다 63.6% 늘었다. 롯데웰푸드는 영업이익 358억원으로 118.4% 증가했고, 롯데칠성음료는 478억원으로 91.2% 늘었다. 롯데GRS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을 23% 키웠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식품 계열사의 이익 증가는 롯데가 화학 업황을 견디는 방식과 맞물린다. 석유화학은 공급과잉과 스프레드에 손익이 크게 흔들린다. 반면 식품은 가격, 원가, 제품 구성, 해외 매출 비중을 통해 분기 손익을 조정할 여지가 크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가 동시에 이익을 늘리면서 지주 손익에서 식품의 완충 역할이 커졌다.
유통에서는 롯데쇼핑이 반등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5816억원, 영업이익 25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6%, 영업이익은 70.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439억원으로 늘었다. 소비 둔화 우려가 이어진 분기였지만, 백화점과 주요 자회사의 수익성이 함께 개선됐다.
롯데쇼핑 실적의 중심에는 백화점이 있었다. 롯데백화점 국내외 1분기 매출은 8723억원으로 8.2% 늘었고, 영업이익은 1912억원으로 47.1% 증가했다. 본점, 잠실점, 부산본점, 인천점 등 대형 점포 4곳 매출은 19% 늘었다. 온라인 유통이 가격과 배송 속도에서 경쟁하는 사이, 롯데는 대형 점포와 프리미엄 소비에서 먼저 이익을 냈다.
관광 수요도 롯데 유통 사업에 힘을 보탰다. 올해 1분기 방한 외래관광객은 476만명을 넘어서며 1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롯데는 이 수요를 받을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잠실에는 롯데월드타워, 롯데백화점 잠실점, 롯데월드몰, 호텔, 아쿠아리움, 면세점이 모여 있다. 쇼핑, 숙박, 식음, 엔터테인먼트가 한 상권 안에서 연결된다.
이 구조는 롯데 유통 사업의 장점이기도 하다. 백화점 대형 점포가 살아나면 호텔, 면세, 식음, 엔터테인먼트 수요도 함께 움직인다. 외국인 관광객과 VIP 소비가 겹치는 상권에서는 오프라인 자산의 활용도가 올라간다. 1분기 롯데쇼핑의 이익 증가는 대형 점포와 관광 수요가 함께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동빈 회장 / 사진제공=롯데지주
화학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발 증설과 공급과잉, 소재 업황 둔화가 이어지면서 롯데케미칼의 회복 속도는 그룹 전체 실적의 변수로 남아 있다. 롯데는 대산과 여수에서 사업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업황 회복을 기다리는 동시에 설비와 지분 구조를 다시 짜는 작업이다.
롯데의 1분기 실적에서는 사업별 온도 차가 뚜렷했다. 식품 부문은 1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냈고, 롯데쇼핑은 백화점 이익 증가로 영업이익을 70.6% 늘렸다. 반면 화학은 공급과잉 구간에서 설비 재편이 진행 중이고, 바이오는 송도 공장 가동 전 투자비가 먼저 들어가는 단계다.
화학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중국발 증설과 공급과잉, 소재 업황 둔화가 이어지면서 롯데케미칼의 회복 속도는 그룹 전체 실적의 변수로 남아 있다. 롯데는 업황 회복을 기다리는 동시에 대산과 여수에서 생산능력과 지분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
대산에서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별도 회사로 떼어내 HD현대케미칼과 합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여수에서는 롯데케미칼의 NCC 일부를 물적분할한 뒤 여천NCC와 통합하는 재편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도 여수 공장 일부를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공급과잉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설비를 그대로 유지하기보다 합작 구조를 통해 부담을 낮추는 쪽이다.
바이오는 매출보다 비용이 먼저 잡히는 단계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 이후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송도 1공장은 2026년 완공, 2027년 상반기 상업 생산이 목표다. 공장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투자비와 초기 운영비가 손익에 먼저 반영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1공장은 상업 생산 시점까지 1년가량 남아 있다. 롯데케미칼의 여수 사업 재편은 산업통상자원부 사업재편계획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화학 재편 비용이 언제 반영될지에 따라 올해 남은 분기 롯데지주의 손익 변동 폭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