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동복지 관련 행정서류에서 '혼외자'라는 차별적 표현을 전면 삭제하기로 했다. 부모의 결혼 여부로 아이에게 부정적 낙인을 찍는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관련 서식을 대폭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0일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발표했다. 아동복지법 본문에는 '혼외자' 표현이 없지만, '보호 대상 아동 카드' 등 현장에서 사용하는 별지 서식에는 여전히 이 용어가 일부 포함돼 있었다.
김정연 복지부 아동정책과장은 "향후에는 아동 상황에 따라 필요시 '미혼 부모'나 '기타' 등으로 표기해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이같은 변화는 변화하는 가족 구조와 사회 인식을 반영한 조치다. 국가데이터처 202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 없이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보는 응답자 비율이 37.2%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22.4%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실제 비혼 출생아 비율도 2020년 2%대에서 2024년 5.8%로 급상승해 최고 수준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43%(2023년 기준)보다는 낮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비혼 출산이 '다양한 가족 형태'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복지부의 용어 개선에도 불구하고 다른 법령의 차별적 요소는 여전하다. 현행 민법은 자녀를 '혼인 중 출생자'와 '혼인외 출생자'로 나누고 있다. 가족관계등록법도 출생신고서에 이를 명기하도록 하고 있어, 생애 첫 기록부터 부정적·차별적 분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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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혼인 외 출생아는 어머니와의 관계는 출생과 동시에 인정되지만, 아버지와는 별도의 '인지' 절차를 거쳐야만 부자 관계가 법적으로 성립된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축복받아야 할 출생신고 단계부터 '혼인 외의 자'라는 낙인을 부여하는 기재 방식은 극히 차별적인 제도"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