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9일(수)

구광모·하사비스 회동으로 본 LG의 AI 협력...로봇 너머 '냉각'도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방한 중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류재철 LG전자 CEO와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연구원장 등이 배석했다. 양측은 AI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회동은 먼저 로봇·가전·전장 AI 협력으로 해석된다. LG는 자체 초거대 AI 엑사원을 키우고 있고, LG전자는 가전과 TV, 전장, 로봇 등 AI를 실제 제품에 얹을 수 있는 제조 기반을 갖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입장에서는 AI 모델을 제품과 산업 현장에 적용할 파트너가 필요하다.


다만 LG 쪽에서 볼 것은 로봇만이 아니다. 딥마인드는 2016년 구글 데이터센터 냉각 설비에 머신러닝을 적용한 바 있다. 온도, 전력, 펌프 속도, 설정값 등 센서 데이터를 학습해 냉각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40% 줄이는 데 성공했다. LG전자는 최근 AI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을 별도 사업 축으로 키우고 있다.


2026-04-29 08 03 11125.jpg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오찬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당시 딥마인드가 AI로 다룬 대상은 챗봇이 아니었다. 데이터센터 안의 펌프와 칠러, 냉각탑이었다. 생성형 AI가 부상하기 전부터 딥마인드는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열을 줄이는 데 AI를 썼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력과 냉각 부담이 크다. GPU가 늘면 랙당 발열이 커지고, 발열이 커지면 냉각 설비가 전력비와 가동률을 좌우한다. AI가 서버 안에서 돌아가려면 먼저 전기와 열을 감당해야 한다.


LG전자는 이 시장에 맞춰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 2026에서 AI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을 공개했다. Direct-to-Chip 액체냉각, 1.4MW급 냉각수분배장치, CRAH, 공랭식 원심칠러, 침지냉각, 데이터센터 냉각관리 소프트웨어, AI 기반 워크로드 조정 플랫폼, DC Grid 솔루션을 전시했다.


이는 단순히 에어컨 사업의 확장이 아니다. 칩에서 나온 열을 빼고, 냉각 장비를 감시하고, 서버 부하에 맞춰 전력과 냉각을 조정하는 사업이다. 생활가전보다 AI 데이터센터의 운영비와 가동률에 가까운 영역이다. 구글 딥마인드가, 특히 하사비스 CEO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영역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와의 접점도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GTC에서 로봇, 차량, 공장이 단일 사용 사례를 넘어 산업 워크로드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엔비디아의 로봇·시뮬레이션 생태계와도 협력해왔다. 구글 딥마인드가 AI 모델과 제어 알고리즘을 맡고, 엔비디아가 시뮬레이션과 훈련 인프라를 제공한다면 LG는 냉각·로봇·전장·제조 현장을 연결할 수 있다. 중추적 역할을 LG가 하는 것이다. 


origin_구글딥마인드대표접견하는이재명대통령.jpg뉴스1


LG는 구글이나 오픈AI처럼 AI 모델 성능으로 정면승부하는 회사가 아니다. 대신 빅테크 AI가 실제로 쓰일 물리적 공간을 갖고 있다. 가전, 공조, 전장, 로봇, 제조라인, 데이터센터 냉각은 모두 AI가 화면 밖에서 작동할 때 필요한 장치다. 하사비스 CEO와 구 회장의 만남을 로봇 협력만으로 좁혀 보기 어려운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