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계의 거목이자 수많은 스타 배우를 배출해낸 '배우들의 스승' 이상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2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고인은 한국 현대 연극의 자생력을 키우고 우리만의 정서를 무대 위에 구현하는 데 평생을 바친 연출가였다.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1977년 정한룡, 김광림 등과 뜻을 모아 극단 연우무대를 창립하며 연극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995년에는 '차원이동무대선(船)'이라는 독특한 의미를 담은 극단 차이무를 세웠다. 번역극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풍토 속에서 "관객을 태우고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우리 언어와 해학이 살아있는 창작극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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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칠수와 만수', '늘근 도둑 이야기', '비언소' 등은 일상적인 언어 속에 날카로운 사회 풍자를 담아내며 한국 연극사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그는 탁월한 안목으로 재목을 발굴해내는 '배우 사관학교'의 장이기도 했다. 송강호, 문성근, 유오성, 문소리, 이성민 등 현재 한국 영화와 연극계를 지탱하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모두 차이무와 고인의 지도를 거쳐 성장했다.
고인은 단순한 연출가를 넘어, 우리 시대의 아픔과 모순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관객과 소통했던 진정한 광대였다. 그가 남긴 작품과 제자들은 이제 한국 대중문화의 거대한 줄기가 되어 고인의 예술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