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에서 고객 선택형 상품 비중이 커지면서 증권사 순위표도 바뀌고 있다.
선두에는 미래에셋증권이 확실히 섰다. 올해 1분기 미래에셋증권으로 들어온 퇴직연금 신규 자금은 4조3426억원이었다. 전체 신규 유입액 11조9천억원의 36.4%다. 전 금융권 42개 사업자 가운데 4조원 이상을 끌어온 곳은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분기 말 기준 42조4411억원이다. 증권사 가운데 유일한 40조원대다. DC형과 IRP 적립금은 합산 36조7767억원, IRP 적립금은 18조1165억원으로 증권사 중 가장 많았다.
눈길이 가는 곳은 그 아래 순위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2위권 경쟁이 더 뚜렷해졌다. 올해 1분기 삼성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3조2681억원, 한국투자증권은 22조5945억원이었다. 두 회사의 격차는 6736억원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격차는 19조8466억원이다.
사진제공=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으로서는 선두 추격과 2위권 방어를 동시에 의식해야 하는 위치가 됐다. 초대형 IB와 리테일 경쟁력을 앞세운 대형 증권사지만,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의 선두 경쟁보다 삼성증권과 2위권 접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미래에셋 추격자'라는 표현을 붙이더라도, 현재 숫자만 놓고 보면 먼저 넘어야 할 상대는 사실상 삼성증권 쪽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4년 말 15조3857억원에서 2025년 말 21조573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23조2681억원까지 커졌다. 2024년까지만 해도 한국투자증권에 약 4291억원 뒤졌지만, 2025년에는 3085억원 앞섰고, 올해 1분기에는 격차를 6736억원으로 벌렸다.
성장 축은 DC형과 IRP형이었다. 삼성증권의 DC형 적립금은 전년 동기 5조23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8조7760억원으로 67.8% 늘었다. IRP형도 6조9480억원에서 10조3997억원으로 49.7% 증가했다. 반면 DB형은 4조1283억원에서 4조924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수익률 지표도 삼성증권에 힘을 실어준다. 1분기 퇴직연금 리그테이블을 살펴보면 상위 4개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현대차증권 가운데 삼성증권은 DC형과 IRP형 원리금비보장 상품 수익률에서 각각 23.63%, 21.26%로 가장 높았다.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기준에서 DC형 21.96%, IRP형 18.66%였다.
시장 구조도 한국투자증권에는 압박 요인이다. 2025년 말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 496조8000억원 가운데 DC형은 136조9000억원, IRP형은 130조8000억원이었다. 두 유형을 합치면 전체의 약 54%다. DB형 적립금은 228조9000억원으로 46% 수준이었다. 법인 중심의 DB형보다 개인 고객이 사업자와 상품을 고르는 DC·IRP 비중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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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도 순위 경쟁의 민감도를 높였다. 2024년 10월 31일부터 가입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하거나 해지하지 않고도 퇴직연금 사업자를 바꿀 수 있게 됐다. 이전 장벽이 낮아지면서 가입자의 사업자 변경 비용이 줄었다.
이 흐름은 한국투자증권의 과제를 더 분명하게 만든다. 위쪽에는 40조원대 미래에셋증권이 있고, 바로 앞에는 DC·IRP를 앞세워 2위로 올라선 삼성증권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두 추격자라는 이름을 회복하려면, 먼저 삼성증권과의 2위권 접전에서 우위를 되찾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