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3일(목)

제지 업체 6곳 '인쇄용지 가격 담합' 적발... 과징금 3천383억 부과

인쇄용지를 제조하는 제지 업체 6곳이 4년 가까이 가격 담합을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과 가격 재결정 명령을 받게 됐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쇄용지 가격 인상을 합의하고 실행한 제지사 6곳에 시정명령과 함께 합계 3천3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솔제지, 한국제지, 홍원제지, 무림P&P, 무림SP, 무림페이퍼 등 6개 제지업체는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3년 10개월간 인쇄용지 가격 담합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총 7차례에 걸쳐 기준 가격 인상이나 할인율 축소 방식으로 판매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한솔제지, 한국제지, 무림, 홍원제지한솔제지, 한국제지, 무림, 홍원제지


제지업체들의 영업 담당 임원들은 약 4년간 60회 이상 만나 가격 인상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담합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개인 휴대전화 대신 공중전화나 식당 전화, 다른 부서 직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연락했으며, 연락처도 이니셜이나 가명으로 기록했다. 거래처에 가격 인상을 통보하는 순서까지 합의했으며 결론이 잘 나지 않으면 주사위나 동전을 던져 정하기도 했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인쇄용지 원재료인 국제 펄프 가격은 2021년 2월 톤당 655달러(한화 약 97만 원)에서 2022년 12월 1,030달러(약 152만 원)까지 오른 뒤 2024년 12월 665달러(약 98만 원)로 원상 복귀했다. 


반면 제지업체들의 인쇄용지 판매가격은 같은 기간 톤당 84만 1,000원에서 143만 9,000원으로 평균 71% 급등했다.


이들 6개 업체는 국내 인쇄용지 판매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어 담합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인쇄업체와 출판사의 제작비 증가로 이어졌고, 최종적으로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됐다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공정위는 한국제지와 홍원제지를 검찰에 고발하는 동시에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내렸다. 이는 2006년 4월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두 번째로 내려진 조치다. 6개 업체는 인쇄용지 제품 가격을 담합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향후 3년간 반기마다 이를 보고해야 한다.


GettyImages-a14508209.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공정위는 마지막 담합 합의가 이뤄진 2024년 8월 이후 현재까지 인쇄용지 기준 가격이 변경되지 않아 담합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과징금 3,383억 원은 담합 사건 중 역대 5번째로 큰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의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 규모는 합계 4조3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과징금 부과율은 홍원제지가 4%, 나머지 5개사는 12%였다.


사업자별 과징금액은 무림SP 3억4천700만원, 무림페이퍼 458억4천600만원, 무림P&P 919억5천700만원, 한국제지 490억5천700만원, 한솔제지 1천425억8천만원, 홍원제지 85억3천8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