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공개 논의가 일단락된 가운데, 공은 이제 시민참여단의 손으로 넘어갔다. 연령 조정뿐 아니라 범죄 예방과 교화 시스템 전반을 짚어봐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과 처벌 강화가 우선이라는 싸늘한 여론이 맞붙는 모양새다.
성평등부는 오는 18일부터 이틀간 충북 청주와 서울에서 '촉법소년 연령 숙의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에는 권역별로 100여 명씩 총 200여 명의 시민참여단이 참여해 분임 토의를 거친다. 정부는 토론 전후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전문가 발표와 숙의 과정이 시민들의 생각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그간 전문가들은 공개포럼을 통해 촉법소년 논의가 단순히 '나이를 몇 살 낮추느냐'를 넘어 사회적 시스템 정비로 확장된 점을 성과로 꼽았다. 촉법소년 사회적대화협의체 위원인 신혜성 율우 변호사는 "촉법소년은 지난 20년간 무관심 속에서 개정이 안됐다"며 "이번 논의를 통해 시민들이 소년재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어떤 처분을 받는지 알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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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사법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제도 보완 요구가 쏟아졌다. 이호욱 방학중학교 학교폭력 책임교사는 "처벌 이후에 학교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개인정보를 이유로 학교에는 어떤 사건으로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공개되지 않는다"며 "최소한 학교장이나 담당교사에게는 정보를 줘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는 "현행 소년법에서 촉법소년은 경중을 불문하고 경찰서장이 소년부에 전건 송치하도록 돼 있어 무인점포 소액절도 등 화해 가능한 사건도 법원단계까지 가야 불처분으로 종결된다"며 사법 자원의 낭비를 꼬집었다.
하지만 '엄벌'을 원하는 국민 여론의 벽은 여전히 높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가 연령 하향에 찬성했다. 온라인 공청회에서도 "촉법소년임을 활용한 범죄가 사라져야 한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인지능력이 높아져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처벌을 강화해야 다른 아이들도 따라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전문가와 대중의 시각 차이는 뚜렷하다. 김혁 국립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대다수 전문가는 반대 견해지만 일반 시민은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라며 "일부 오해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겠지만 현행 제도에 대한 불신이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달 열린 청소년특별회의에서도 상당수 청소년이 연령 하향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성평등부는 이번 숙의토론회에서 나온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협의체의 최종 권고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윤세진 성평등부 청소년정책관은 "설문조사는 연령 하향을 포함해 제도 전반에 대한 의견을 물을 것"이라며 "협의체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어디까지 반영할지 등도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