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피해 영상물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가해자의 형량을 높이는 결정적 증거로 활용됐다. 삭제 지원 기록이 단순한 사후 조치를 넘어, 사법 절차에서 피해 규모를 증명하는 객관적 지표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 및 지역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의 공조로 확보된 삭제 데이터는 대규모 불법 촬영·유포 사건 재판에서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형량을 끌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실제 A 지역 디성센터가 지원한 한 사건의 경우, 초기에는 피해자 5명 미만에 삭제 지원 건수도 1000여 건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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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범행의 중대성을 인지한 중앙디성센터가 2019년 이후의 데이터를 전수 재분석하자 피해자는 10여 명, 삭제 건수는 1만 2000여 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계량화된 수치로 범행의 반복성이 입증되자 법원은 검사 구형인 징역 6년보다 높은 징역 7년을 선고하고 취업제한 기간도 7년으로 늘렸다.
보고서는 "삭제 지원 데이터가 형사 사법 절차에서 피해 규모를 입증하는 객관적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피해 회복 지원을 넘어 가해자의 책임과 처벌 강화로까지 연결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피해 대응 체계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여성긴급전화 1366으로 접수 창구를 일원화하면서 유포 협박에 시달리던 15세 피해자에게 신속한 삭제 지원과 수사 동행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미국 국립실종학대아동센터(NCMEC)의 사이버팁라인과 연계하고 영국 인터넷감시재단(IWF)과 국제 핫라인을 구축하는 등 해외 서버에 유포된 영상물에 대한 삭제 공조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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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관계자는 "국제협력이 정보 교류를 넘어 신속한 삭제 요청 체계로 이어졌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며 "글로벌 공조를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