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누워있던 70대 노인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30대 운전자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피해자 유족과 2억 원에 합의하며 선처를 구했으나, 재판부는 운전자의 전방주시 의무 소홀 과실을 무겁게 판단했다.
광주지법 형사9단독 전희숙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33)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24년 8월 8일 오전 1시 30분쯤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정문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다 도로에 누워 있던 B(72)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승용차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크게 다친 B씨는 병원 치료를 이어갔으나 9개월 만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항변했으나, 조사 결과 교차로 진입 전 일시 정지를 하지 않고 전방과 좌우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운전자로서 주의 의무를 위반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돼 죄책이 가볍지 않고,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 역시 정문 도로 중간에 누워있어 사고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유족에게 합의금 2억 원을 지급해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도로 위 보행자 사고에 대해 법원은 사고 당시의 시야 확보 가능성과 운전자의 예측 범위에 따라 판결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부산에서는 한밤중 교량 아래 누워 있던 취객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회피하기 어려운 이례적 상황"이라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다. 반면 이번 사건은 아파트 단지 입구라는 특성상 운전자의 보다 철저한 주의 의무가 강조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