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12일(일)

"친일파 몰릴까봐 숨겼는데"... 전직 국회의원이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 글씨를 공개한 이유

전직 한국 국회의원이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로 추정되는 족자를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11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족자는 1910년 한일병합 이전 대한제국 궁내부에서 근무했던 관리의 후손으로부터 올해 1월 양도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소유주 가문은 최초 입수한 관리가 사망한 후에도 족자를 집안에서 소중히 보관해왔다고 전해진다. 다만, 족자 소유 사실이 알려질 경우 친일파로 비난받을 것을 우려해 수십 년간 이를 숨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GettyImages-3425879.jpg이토 히로부미 / GettyimagesKorea


전직 국회의원은 원소유주 가문 측은 "한일 간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자신에게 양도했다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은 이 전직 국회의원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족자에는 '여화낙처만지화연우(餘花落處滿地和烟雨)'라는 일곱 글자의 한시 구절이 적혀 있다. 이는 '지는 꽃잎이 지면에 가득 떨어지고 봄비와 조화를 이뤄 아름답구나'로 해석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이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이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작성 시기와 배경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글씨의 의미를 두고는 한일 전문가 사이에서 상반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측 전문가들은 일본이라는 꽃이 조선 땅에 쏟아지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보고, 한국을 보호국으로 만든 성과를 스스로 칭송하는 내용이라고 비판적으로 해석했다.


, AI로 생성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반면 일본 측 전문가들은 벚꽃이 지는 것과 봄비의 조화를 노래한 것으로 보며, 정치적 의도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는 한국에서 과거에도 여러 차례 확인됐다"면서도 "조선 침략의 원흉이라는 부정적 인상 때문에 작품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찾는 사람이 드물다"고 전했다. 


인물에 대한 강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작품 자체의 예술적 가치보다는 역사적 사료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재 족자의 실제 보존 실태는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현 화폐박물관) 머릿돌에 새겨진 '정초'(定礎) 두 글자가 이토의 친필로 판명된 바 있다.


image.png사적 제280호 서울 한국은행 본관 현재의 정초석 /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전문가 자문단의 현지 조사를 거쳐 이 사실을 공식 확인했으며, 이후 철거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2021년 문화재위원회는 아픈 역사를 교훈으로 남긴다는 취지에서 머릿돌을 보존하되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