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주가가 2000년 3월 이후 최고가를 다시 썼다. 배당과 현금흐름 중심으로 평가받던 통신주에 실적 정상화와 AI 성장 기대까지 붙기 시작한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 거래일(9일) SK텔레콤의 장중 주가가 9만9700원까지 치솟았다.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10일 오전에도 9만4천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2021년 SK스퀘어와의 인적분할 이후 처음 20조원을 넘어섰다. 배당 매력에 더해 실적 정상화 기대, AI·데이터센터·클라우드 등 신사업 기대가 함께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래 통신주는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가입자 기반이 안정적이고 월 과금 구조가 비교적 예측 가능해, 실적 변동성이 다른 성장주보다 작기 때문이다. 통신사에 붙는 프리미엄도 대체로 배당과 현금흐름에 머물렀다. 그런데 최근 SK텔레콤을 둘러싼 시선이 달라졌다. 본업 안정성 위에 AI 성장 기대를 함께 얹을 수 있는 종목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제공=SK텔레콤
SK텔레콤이 발표한 2025년 연간 실적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매출이 약 35% 성장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국가대표 AI 모델'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AI 사업 역시 본격 탄력을 받고 있다.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은 17조992억원, 영업이익은 1조732억원으로 흔들렸지만, 올해 1분기부터 분위기는 바뀌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5071억원 수준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해킹 사고 이전 레벨에 근접했다는 게 컨센서스다.
SK텔레콤이 MWC26에서 내놓은 청사진도 시장의 시선을 바꾼 배경으로 꼽힌다. 회사는 전국에 1GW급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해 '아시아 최대 AI 데이터센터 허브'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AI 인프라와 모델, 서비스를 함께 설계하는 'AI 네이티브' 사업자가 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독파모 2단계 진출도 상징성이 크다. SK텔레콤 정예팀이 선보인 'A.X K1'은 국내 초거대 AI 모델 경쟁력과 개방성, 확장성을 함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SK텔레콤이 더 이상 AI를 외부 기술 활용 수준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체 모델 경쟁력까지 확보하려는 회사라는 점을 보여준 신호"라고 본다.
엔트로픽 투자도 SK텔레콤을 재평가하게 만들었다. 2023년 8월, 1억달러를 전략적으로 투자했고 이후 엔트로픽 기업가치는 급등하고 후속 투자가 유치되면서 지분율은 희석됐으나 장부 가치는 크게 올랐다. 엔트로픽의 IPO(기업공개) 가능성도 시장에서 꾸준히 거론된다.
최근 사업보고서를 인용한 일부 보도에서는 지난해 말 장부가로 1조3762억원까지 본다. 더 공격적인 분석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엔트로픽 기업가치를 3500억달러(한화 약 517조 7,200억원) 안팎으로 보기도 한다. SK텔레콤 보유 지분 가치도 4조원 수준까지 거론된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사장) / 사진제공=SK텔레콤
다만 로이터에 따르면 엔트로픽의 IPO는 아직 초기·비공식 단계다. 상장 기대를 그대로 확정 가치처럼 보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런 시장 해석과 별개로, 회사는 주가보다 '고객'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2025년 11월 조직개편에서 MNO와 AI 양대 CIC 체제를 도입하며 MNO CIC의 최우선 과제를 고객 신뢰 회복으로 못박았다. AI CIC는 실질적 사업 성과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AI를 성장동력으로 키우고는 있지만, 본업의 기본과 원칙을 다시 세우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재헌 대표(사장) 체제에서 고객 중심 원칙을 다시 조직 전반에 반영하는 데 힘을 쏟고 있으며, 통신 본업의 안정성과 AI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행보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정 대표는 지난 2월 지역본부 MBWA에서 "우리 업의 본질은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고객 신뢰 회복과 지속 성장을 언급했다. 3월 26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된 뒤에도 고객을 가장 먼저 만났다.
창립기념일을 앞두고는 시니어 고객을 찾아 디지털 안심 교육을 진행했고, 대리점과 고객센터·복지관 등을 돌며 고객과 소통했다. 많은 메시지보다 행동으로 '고객 신뢰 회복'에 힘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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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가 앞세운 메시지는 고객과 기본, 원칙이었다. 회사는 통신 본업의 안정성을 다지는 동시에 AI 데이터센터와 자체 모델, 글로벌 AI 협업으로 성장동력도 키우고 있다. 최근 주가 흐름에는 이런 변화에 대한 시장 기대가 함께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