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안전을 축으로 한 운영 기준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공개한 정비 인프라 확충, 운항승무원 교육 표준화, 보안 체계 강화는 개별 투자에 머물기보다 통합 항공사 출범 전에 시스템 전반의 기준을 미리 맞춰가는 작업에 가깝다.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에 총 1760억원을 투입해 신규 정비 격납고를 짓고, 엔진 테스트 셀(ETC)과 엔진 정비 클러스터를 함께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운항승무원 교육과 비행 훈련도 같은 교재와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회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통합 과정의 핵심은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니다. 조종사와 객실승무원, 여객과 화물, 정비와 보안 등 항공업 전반의 업무가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만큼, 서로 다른 운영 방식을 어떤 기준으로 정렬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가장 앞세우는 가치는 단연 '안전'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대한항공 측 관계자는 "운항과 정비, 교육, 보안 전반의 기준을 하나로 맞추는 작업도 결국 안전 운항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기 위한 준비"라고 설명했다.
'안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비 인프라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모습은 회사의 이런 방향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대한항공이 인천공항 인근에 짓는 신규 정비 격납고는 6만9299㎡ 부지에 중대형 항공기 2대와 소형 항공기 1대를 동시에 정비할 수 있는 시설이다. 2029년 말 본격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이미 들어선 엔진 테스트 셀과 공사 중인 엔진 정비 클러스터까지 더해지면, 엔진을 정비한 뒤 시험하고 다시 현장에 투입하는 흐름이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층 더 촘촘해진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정비 체계를 바탕으로 통합 이후 300여대로 늘어날 기단에 대응할 기반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이 투자는 정비 캐파 확대보다 통합 이후 복잡해질 기종·엔진 운용에 대비하는 목적이 크다. 항공기 수가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엔진 종류와 정비 변수도 함께 많아지는 만큼, 정비와 성능 시험, 예비 엔진 운용까지 이어지는 대응 체계를 미리 갖추겠다는 것이다. 인천공항 중심의 정비 거점 재편도 같은 목적이다.
운항승무원 교육 표준화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년여에 걸쳐 온라인 교육 시스템 통합, 비대면 실시간 교육 체계 구축, 모의비행장치 훈련 및 평가 프로그램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같은 교재와 방식으로 각사 운항승무원 교육과 비행 훈련을 하고 있다. 두 체계를 병행하는 대신 통합 항공사 기준을 먼저 세워 현장 혼선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회사는 이는 어느 한쪽의 기준을 낮게 본다는 뜻이 아니라, 통합 이후 흔들림 없는 안전 운항을 위해 운영 기준을 일원화하는 과정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각각의 항공사가 가진 기준을 통합 항공사 기준으로 맞추는 것이며, 통합 이후에는 투트랙으로 움직일 수 없기에 체계를 '일원화'하려는 것이다. 안전은 통합과 일원화의 윗단에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안전의 범위를 운항 현장에만 두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소속 5개 항공사는 지난 1월 26일부터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과 충전을 전면 금지했다.
대한항공은 정보보호 측면에서도 제로 트러스트 기반 보안 환경 구축, 생체인증 기반 패스워드리스 방식 도입, 365일 24시간 사이버보안센터 운영, 다크웹 모니터링 등을 이어가고 있다. 항공기와 인력만이 아니라 데이터와 시스템까지 통합해야 하는 대형 항공사 특성을 고려하면, 이런 조치 역시 넓은 의미의 안전 체계 정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