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포르쉐, BMW 등 전통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던 글로벌 고성능차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한 가성비와 대중성을 넘어, 자동차 기술의 정점이라 불리는 고성능 영역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5일 현대차그룹은 세계 3대 자동차 상으로 꼽히는 '월드카 어워즈(World Car Awards, WCA)'의 '세계 올해의 고성능 자동차(World Performance Car)' 부문에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6 N'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아이오닉 6 N / 현대자동차그룹
그동안 고성능차 부문은 포르쉐, 아우디, 맥라렌, BMW와 같은 글로벌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오랜 내연기관 기술력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이들의 진입 장벽은 대중차 브랜드가 넘기 힘든 벽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환이라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기회로 삼았다.
지난 2023년 기아 'EV6 GT'를 시작으로, 2024년 현대차 '아이오닉 5 N', 그리고 올해 '아이오닉 6 N'까지 세계 최고의 고성능차 자리를 꿰찼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고성능 전동화 기술력이 일시적인 돌풍이 아닌, 세계 최고 수준에 완벽히 안착했음을 입증하는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이은 성과의 배경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과 성능을 자랑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가혹한 모터스포츠 환경에서 축적한 데이터의 폭발적인 시너지를 꼽는다.
아이오닉 6 N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지난 11년간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등 글로벌 모터스포츠 무대에 참가하며 한계 상황에서의 차량 제어 기술을 꾸준히 확보해 왔다.
특히 아이오닉 5 N의 PE(Power Electric) 시스템과 WRC 노하우를 결합해 만든 차세대 고성능 롤링랩(Rolling Lab) 'RN24' 등을 통해 고성능 전동화 기술을 극한까지 테스트했고, 여기서 얻은 최적화된 데이터를 양산 모델에 고스란히 이식했다.
제원상 합산 최고 출력 448kW(609마력), 최대 토크 740Nm(75.5kgf·m)를 발휘하는 전·후륜 듀얼 모터가 탑재됐다.
일정 시간 동안 최대 가속 성능을 끌어내는 'N 그린 부스트(NGB)'를 활성화하면 합산 최고 출력 478kW(650마력), 최대 토크 770Nm(78.5kgf·m)라는 슈퍼카 급의 파괴적인 성능을 뿜어낸다.
아이오닉 6 N / 현대자동차그룹
무엇보다 아이오닉 6 N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한 '제로백(0-100km/h 도달 시간)' 수치 등 직선에서의 속도 경쟁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모터를 활용해 빠르게 달리는 전기차는 많아졌지만, 코너링과 제동 등 종합적인 주행 감성에서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감흥을 구현하는 차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월드카 어워즈 심사위원인 즈보니미르 유르치치(Zvonimir Jurcic)는 "현재 경쟁이 매우 치열한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 많은 모델이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운전의 재미, 정밀함, 진정한 주행 감각을 동시에 갖춘 차는 많지 않다"고 했다.
이어 "아이오닉 6 N은 가장 비싼 모델도 아니고 제원상 가장 끝에 있지도 않지만 까다로운 도로에서 정통 스포츠카처럼 움직일 수 있는 차"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