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주한대사들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를 최우선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서 나온 이번 약속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5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구 부총리는 지난 3일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관저에서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 GCC 6개국 주한대사들과 만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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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 주한대사들은 "한국은 최우선 협력 대상국"이라며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위기 상황일수록 흔들림 없는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구 부총리가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며 원유, 나프타(납사), 요소 등 핵심 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최우선 공급 대상'으로 지정된 배경에는 중동 원유 최대 고객국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 꼽힌다.
한국은 지난해 도입한 원유 9억724만 배럴 중 69.1%를 중동에서 수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 카타르는 핵심 액화천연가스(LNG) 공급국이다.
구윤철 부총리, 걸프 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주한대사 면담 / 제정경제부
업계에서는 한국이 에너지 공급처를 다변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중동발 리스크에 대응해 다른 지역으로 에너지 공급선을 확대할 경우 중동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유업계의 '원유 고도화 설비'도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찌꺼기가 많고 황이 섞인 중동산 중질유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설비를 통해 한국은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기지로 자리잡았다.
2025년 호주는 수입 석유제품의 25%를 한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도 석유제품 수입의 8%를 한국에서 조달한다. 특히 미국이 수입하는 항공유의 68.6%가 한국산이다.
만약 한국 정유사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럽 북해산 브렌트유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경질유에 맞춰 설비를 전환할 경우, 중동의 원유 시장 지배력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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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 국가들이 한국에 대한 공급 안정성 확보에 적극 나서는 이유도 이러한 전략적 계산에 기반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