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위례신도시의 한 아파트 침실에서 전기장판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보통 침대에 불이 붙으면 대형 화재와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지만, 당시 불은 매트리스 위에서 더 이상 확산하지 않고 진화됐다.
지난해 9월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한 화재도 마찬가지였다. 반려견이 침대 위에 놓인 보조배터리와 전선을 물어뜯어 이불과 매트리스에 불이 붙었으나, 다행히 불길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위례신도시에서 발생한 전기장판 화재 / 시몬스
이 두 화재 현장에는 결정적인 공통점이 있다. 불이 붙은 매트리스가 모두 시몬스침대가 독자 개발한 '난연(불에 잘 타지 않는)' 기능이 적용된 제품이었다는 점이다.
가장 안락해야 할 침실은 역설적이게도 화재 발생 시 가장 치명적인 공간으로 변모한다.
소방청의 '2024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가정 내 화재는 주방(47.0%)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정작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침실(75건)이 주방(17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침실 화재가 대형 인명피해를 낳는 이유는 방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매트리스가 거대한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매트리스에 불이 붙으면 실내 전체가 폭발적인 화염에 휩싸이는 '플래시 오버(Flash Over)' 현상이 발생하고, 다량의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와 사람의 탈출을 어렵게 만든다.
전 국민 생활화재 안전시험 모습 / 시몬스
특히 아파트 주거 비율이 높은 국내 특성상, 계단을 타고 맹독성 가스와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해 참사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실제로 2024년 7명의 생명을 앗아간 부천 호텔 화재 역시 그 시작은 노후한 에어컨 전선이었으나,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2023년 12월 24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작은방 침대에서 시작된 화재로 70대 주민 1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국내 침대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시몬스는 이러한 치명적인 화재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고자 2018년부터 ESG 경영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정용 매트리스 전 제품을 난연 매트리스로 생산하고 있다.
2020년 관련 특허를 취득한 데 이어, 2024년 1월에는 난연 매트리스 제조공법 특허를 전면 공개하는 결단을 내렸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 / 시몬스
당시 안정호 시몬스 대표는 "겨울철 잇따른 화재 소식을 접하며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특허 공개를 결심했다"며 "기업 활동은 세상을 이롭게 해야 하는 만큼, 타사들도 함께 난연 매트리스로 전환해 나간다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몬스가 독자 개발한 '맥시멈 세이프티 패딩' 기술은 불씨가 닿아도 쉽게 타지 않으며, 방재시험연구원 시험 결과 1분 30초도 안 돼 불씨가 자연 소멸하게 만든다.
이는 거주자와 이웃이 대피할 수 있는 생명의 '골든 타임'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매일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의 안전까지 담보하는 핵심 기술이다.
그러나 세상을 구하겠다는 한 기업의 이타적인 특허 개방은 안타깝게도 산업계 전체의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허가 공개된 지 2년이 흘렀음에도 이를 활용해 난연 매트리스를 생산하는 다른 침대 회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주요 침대 제조 업체들은 여전히 난연 매트리스 도입에 미온적이다.
에이스침대는 특판 제품에 한해서만 방염 처리를 하고 있다.
시몬스
씰리침대 역시 특판 전용 제품에만 방염 처리를 할 뿐만 아니라, 미국 판매용에는 난연 처리를 하면서도 정작 국내 시판용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아 '소비자 역차별'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템퍼 또한 국내 판매 제품에는 난연 처리를 하지 않는다.
지누스가 2023년 자체 난연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으나 특정 시리즈에 국한될 뿐, 전 제품을 난연으로 생산하는 곳은 여전히 시몬스가 유일하다.
업계의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 이면에는 정부의 낡은 규제망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OECD 주요 선진국이 난연 매트리스 유통을 엄격히 법제화한 것과 달리, 국내에서 매트리스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상 가장 낮은 규제 수준인 '안전기준 준수 대상'으로만 분류되어 있다.
화재 안전성 검증을 위한 별도의 사전 시험 없이도 제품의 제조 및 수입이 가능한 구조적 허점 탓에, 강제성 없는 표준시험방법(KS F ISO 12949)은 실효성을 잃은 지 오래다.
화재 피해를 막을 기술적 해법이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하는 산업계, 그리고 이를 방치하는 제도적 미비함은 뼈아픈 대목이다.
더 이상 개별 기업의 선의에만 기대기 보다 정부가 나서서 소비자의 생명과 직결된 난연 매트리스 도입을 의무화는 움직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