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오는 26일 한진칼과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각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이번 주총의 초점은 '조원태 개인의 연임'이 아니라 '조원태-우기홍 체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민연금이 내건 반대 사유도 개인 비위가 아니라 체제의 감시 실패다. '명백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도 함께 반대하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판단은 특정 인물 한 명이 아니라 이사회 운영과 보상 구조 전반을 겨눈 경고에 가깝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이번 주총에 조 회장과 우 부회장 재선임 안건을 나란히 올린 것은 연말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두고 리더십 연속성에 무게를 둔 셈이다. 실제 한진칼은 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함께 이사회 정원을 기존 11명에서 9명으로 줄이는 안건을 상정했고, 대한항공은 우 부회장과 유종석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올렸다.
사진제공=대한항공
오너와 전문경영인을 한 묶음으로 재신임받겠다는 구도였지만, 국민연금은 그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해 '체제 전체'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국민연금은 2017년 한진칼 주총, 2021년과 2024년 대한항공 주총에서도 조 회장 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그때마다 주주권 침해나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거론됐지만, 한진은 지배구조를 둘러싼 의심을 해소하지 못했다. 우 부회장까지 반대 대상에 포함된 이번 결정은 조 회장 개인을 둘러싼 논란을 넘어 대한항공 전문경영진에 대한 불신으로 번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크다.
대한항공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5조 225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 1136억원으로 전년보다 47.2% 줄었다. 같은 해 조 회장이 한진칼·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 4개 계열사에서 받은 보수 합계는 145억 7818만원으로, 전년도 102억 1300만원보다 42.7% 늘었다.
아시아나항공 보수가 계열 편입 이후인 2025년부터 새로 반영된 구조적 증가 요인이 있다 하더라도, 수익성이 급격히 둔화한 해에 총수 보수가 40% 넘게 늘어난 점은 주주 입장에서 불편한 대목이다. 국민연금이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까지 반대한 배경도 이런 괴리에서 찾을 수 있다.
한진칼의 자사주 처리 방식도 이번 주총 국면에서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한진칼은 지난해 자기주식 44만 44주(지분율 0.66%)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다. 자사주가 복지기금으로 넘어가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회사는 복지 재원 확충 차원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만, 소각 대신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식을 택한 만큼 경영권 방어 성격이 짙다는 시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제공=대한항공
국민연금이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 소홀'을 반대 사유로 적시한 상황에서, 자사주 처리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지배구조 문제의 한 단면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주총을 앞둔 지분 구도도 부담이다. 한진칼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56%, 호반건설 측은 18.78%로 격차가 1.78%포인트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5.44%를 보유한 5대 주주다. 당장 경영권이 흔들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국민연금의 공개 반대는 표 대결의 상징성을 키우고 체제의 정당성에 부담을 더한다. 우호지분과 제도 변화에 기댄 방어 구조라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경영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조 회장과 우 부회장을 동시에 재신임받아 통합 항공사 체제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한진의 구상 자체가 국민연금의 공개 반대에 부딪혔다. 숫자로는 버틸 수 있어도, 공개적으로 흔들린 신뢰까지 방어하기는 쉽지 않은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