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0일(금)

박현주는 1천억대 스톡옵션 쐈는데... 김남구 한국투자증권은 왜 없나

지난해 실적만 놓고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앞섰다. 한국투자증권은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2조 3427억원, 당기순이익 2조 135억원으로 업계 최초 '순익 2조원'을 넘겼다. 그런데 올해 증권가에서 더 강한 메시지를 던진 쪽은 미래에셋증권이었다. 박현주 회장 체제의 미래에셋증권은 현금 성과급과 별개로 직원과 주가를 함께 묶는 대형 스톡옵션 카드를 꺼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두 차례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총 479만주다. 1월 26일에는 AI·블록체인·웹3 등 핵심 디지털 분야 인재 16명에게 110만주를 부여했고, 같은 날 1천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도 결의했다. 이어 3월 4일에는 201명에게 보통주 369만주를 추가로 부여했다. 두 차례 부여분의 공정가치 기준 보상비용은 약 1145억원이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전례없는 규모다. 


사실 1월 부여분의 행사가격은 2만 9450원으로, 당시 주가보다 낮게 설정돼 보상 성격이 강했다. 반면 3월 부여분은 느낌이 다르다. 행사가격이 8만원으로 권리부여일 직전 종가 6만6600원보다 높고, 회사 기준 평균주가 5만9761원에도 할증을 붙였다. 행사 가능 시점은 2029년 3월부터다. 이미 낸 성과를 보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3년 이상 주가를 끌어올릴 인력에게 거는 '장기 인센티브'에 가깝다.


미래에셋증권의 메시지는 "성과를 현금으로만 배분하지 않고, 주가 상승의 과실을 핵심 인력과 나누겠다"라는 뜻으로 읽힌다. 어떤 인재와 어떤 사업을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한 경영 판단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한국투자증권은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뉴스1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뉴스1


한국투자증권은 보상에 인색한 회사와는 거리가 멀다. 본사 관리직군은 매년 3월 말 기본급 기준 경영성과급을 받고, 현금 성과급 중심의 보상 구조를 유지 중이다. 문제는 돈을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쓰느냐다.


미래에셋은, 실적이 뒷받침돼야하는 주가 상승을 직원 보상과 연결시켰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의 보상 메시지는 여전히 현금 성과급 중심이다. 실적은 한국투자증권은이 다소  앞섰지만 사람과 주가를 함께 묶는 보상 서사를 전면에 드러낸 쪽은 미래에셋이었다.


다만 단순 비교는 무리다. 한국투자증권은 비상장 자회사다. 스톡옵션이 인센티브로 작동하려면 직원이 주식을 일정 시점에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비상장 주식은 상장주식처럼 그 경로가 열려 있지 않다. 모회사 한국금융지주 주식으로 대신 부여하는 방식이 이론상 가능하더라도, 지주사 지배구조와 기존 주주 지분, 희석 문제가 함께 얽힌다. 미래에셋이 하는 것을 한국투자증권이 단순히 외면하는 게 아니라, 비상장 자회사 구조상 같은 방식의 장기 지분보상을 설계하기 어려운 측면이 크다.


그렇다면 질문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업계 최고 수준의 순이익을 내는 한국투자증권이 비상장 구조를 유지하는 한, 글로벌 인재를 붙잡고 장기 성과를 유도하는 보상 설계에서 상장사와 구조적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격차를 어떤 방식으로 메울 것인지가 진짜 과제다.


김성환 대표 스스로도 현재 위치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 2년간의 업계 1위 성과를 '국내 리그의 승리'라고 표현하며, 글로벌 투자은행과의 경쟁에서는 여전히 도전자라는 점을 인정했다. 국내에서 많이 벌었다고 해도 그 성과를 장기 성장의 서사로 확장하고, 그 과실을 핵심 인재와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까지 보여줬느냐는 다른 문제다.


[씨저널]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김남구 한국 주식시장은 한투가 장래 맡길만한 영역 아니다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 사진제공=한국투자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은 그 부분에서 숫자로도 답하기 시작했다. 2025년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4981억원으로 전년 1661억원 대비 약 200% 늘었고, 전체 세전이익의 약 24%를 차지했다. 회사가 제시했던 '2030년 해외법인 세전이익 5천억원' 목표에 벌써 다다른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과제는 스톡옵션 제도를 그대로 따라 하느냐 보다는 비상장 자회사라는 현실 안에서 현금 성과급을 넘어서는 장기 보상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다. 


그리고 시장과 인재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알리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내고도 그 질문에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금 한국투자증권이 안고 있는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