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0일(금)

시총 136조 불어날 때 연봉은 줄어... 김동관 보수에 담긴 '장기성장' 메시지

한화그룹의 지난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몸값은 급등했는데, 김동관 부회장의 현금 보수는 오히려 줄어든 해"였다. 실적이 좋으면 연봉부터 크게 뛰는 통상적인 대기업 보수 공식과는 결이 달랐다.


1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지난해 이 회사에서 받은 보수는 26억 9천만원으로 전년보다 12.03% 줄었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서 받은 보수도 각각 27억 1600만원, 26억 9천만원으로 모두 감소했다. 세 회사에서 받은 총 보수는 80억 9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1.99% 줄었다. 같은 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결 기준 매출은 26조 7029억원으로 137.57% 늘었고, 영업이익은 3조 893억원으로 78.38% 증가했다. 역대급 실적과 보수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이 장면이 더 눈에 띄는 이유는 그룹 시가총액 확대 속도가 워낙 가팔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그룹 12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산액은 2025년 1월 2일 44조 8069억원에서 2026년 3월 6일 180조 6740억원으로 불어났다. 14개월여 만에 135조 8671억원 늘며 4배 수준으로 커졌다. 시장이 한화의 기업가치를 다시 쓰는 동안, 김 부회장의 현금 보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한화그룹 사옥 전경 / 사진제공=한화그룹한화그룹 사옥 전경 / 사진제공=한화그룹


이 흐름의 핵심 사업 대부분이 김 부회장의 관할 아래 있다. 방산·조선·우주·에너지 등 주요 계열사 전략부문을 그가 직접 맡고 있다. 현재 직함은 한화 전략부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이사다. 2022년 부회장 승진과 함께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까지 맡으면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의 전략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장면은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였다. 일각의 우려 속에 인수를 마무리한 뒤 김 부회장은 곧바로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의 선별 수주로 방향을 틀었다. 2023년 1965억원 영업적자였던 한화오션은 2024년 237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2024년 12월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며 50억달러 투자를 공개 선언했다. 폴란드·루마니아·독일에 걸친 유럽 현지 생산거점 구축도 진행 중이다. 모두 성과가 숫자로 확인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투자들이다.


지난 10년으로 시야를 넓히면 김 부회장의 경력 이동은 한화의 사업 확장 경로와 맞물린다. 그는 2015년 한화큐셀 전무로 승진하며 태양광 사업 전면에 섰고, 2020년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2022년에는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았다.


태양광에서 우주, 방산, 조선으로 이어진 한화의 확장 과정에서 그의 역할도 함께 커졌다. 지금의 한화 시가총액 급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연봉을 줄였다"는 한 문장만으로 김 부회장이 보수를 낮춘 경영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금 보수는 줄었지만 RSU는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김 부회장이 받은 총 RSU는 46만 4334주로 전년보다 40.67% 증가했다. RSU 베스팅 기간은 최대 10년으로 설정돼 있다. 현금으로 바로 수령하는 보수는 줄고, 주가에 연동된 장기 보상은 늘어난 구조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 뉴스1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 뉴스1


한화그룹 시가총액 급등의 중심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등 방산·조선 계열사가 있었다. 시장에서는 김 부회장이 맡아온 방산·조선 부문의 가치 재평가가 그룹 시가총액 확대의 핵심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금 보수가 줄어든 자리를 채운 RSU의 베스팅 기간도 최대 10년이다. 지난 10년의 성장 경험 위에 다음 10년을 다시 건 구조라는 점에서 자신감이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