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6일(월)

유조선에서 유출된 기름 '꿀꺽' 삼킨다... 해양 지킴이 로봇 등장

호주 연구진이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자동으로 흡수해 정화하는 해양 방제 로봇을 개발했다. 기존 방식과 달리 사람이 직접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기술이다.


RMIT대학교 연구팀은 지난주 발표한 자료에서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신개념 로봇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스몰'에 게재됐다.


개발된 로봇은 신발 크기 정도의 소형 장비다. 둥글고 통통한 비행기 모양으로 설계됐으며, 전기 모터로 구동돼 해수면 위를 자유롭게 이동한다. 작업자가 무선 원격 조종을 통해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0003433435_001_20260315205417534.jpg호주 RMIT대 연구진이 개발한 기름 유출 대응용 로봇 / RMIT대


로봇의 작동 원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바다에 투입된 로봇은 내장된 펌프 시스템을 가동해 앞쪽에 부착된 뾰족한 노즐로 유출 기름을 빨아들인다. 흡입된 기름은 로봇 내부의 특수 필터 장치를 거치게 된다.


이 특수 필터가 핵심 기술이다. 물은 배출하고 기름만 선별적으로 흡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존 스펀지형 흡착제는 물과 기름을 구분 없이 빨아들여 무게가 급격히 증가하지만, 새로운 필터는 기름만 골라서 처리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선별적 흡수 방식 덕분에 동일한 시간 내에 더 많은 기름을 제거할 수 있어 작업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다. 실제 실험에서는 바닷물에 섞인 기름을 95% 이상의 높은 순도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해상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오일펜스를 설치한 후 진공청소기 형태의 장비로 기름을 제거하거나 매트 형태의 흡착제를 투입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기존 방법들은 작업자가 직접 사고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캡처.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ixabay


유출된 기름에서는 벤젠, 톨루엔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발생한다. 이런 물질을 단시간에 고농도로 흡입하면 현기증이나 의식 잃음 등의 급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간 노출될 경우 기억력 저하나 우울증 같은 정서적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 지역에서도 신속한 기름 방제 작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연구진은 현재 신발 크기인 로봇을 돌고래 정도 크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험용 모델은 15분간만 작동이 가능하지만, 이 시간을 대폭 연장하는 추가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현재는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해야 하지만 향후 자율 운항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방제 작업을 마친 로봇이 기지로 돌아와 흡수한 기름을 배출하고 다시 현장으로 출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