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4일(토)

박현주의 코빗 베팅 앞에 선 '지분 20% 규제'... 디지털자산 정책의 모순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코빗 인수가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과 규제 사이의 충돌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정부는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있지만, 정작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국내 대형 금융사의 시장 진입과 플랫폼 실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달 코빗 주식 2690만5842주를 1335억원에 취득하기로 했고, 취득 후 지분율은 92.06%다.


ㅂㅁ 2026-03-12 10 50 23.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시장이 주목하는 건 대형 금융사의 단순한 거래소 인수가 아니다. 증권, ETF, 연금까지 아우르는 금융 플랫폼을 갖춘 미래에셋이 '디지털자산'으로 보폭을 넓히겠다는 신호다. 박현주 회장이 하나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주식과 코인을 함께 거래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 맥락에서다.


문제는 거래가 성사된 뒤의 제도 환경이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4일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검토안을 논의하며 거래소 소유 분산 기준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거론되는 안은 개인 대주주 지분을 특수관계인 포함 20%로 제한하고, 법인에 한해 최대 34%까지 허용하는 구조다. 


거래소 규모에 따라 3년에서 최대 6년의 지분 매각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확정안은 아니지만, 이 방향이 입법으로 이어질 경우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구조는 물론 업비트·빗썸·코인원·고팍스 등 기존 거래소 전반이 지배구조 재편 압박을 받는다.


더 민감한 건 위헌 논란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대주주 지분 제한이 재산권·직업수행의 자유·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소급입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는 설립 단계부터 소유 제한을 전제로 설계됐지만, 이미 운영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에 사후적으로 같은 논리를 적용하는 건 맥락이 다르다. 해외 주요국에서 유사한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논란을 키운다.


거래소를 금융 인프라로 보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산업 경쟁 구도와 제도권 편입 구조가 채 자리 잡기도 전에, 자본력과 내부통제 역량을 갖춘 사업자의 투자 유인부터 잘라내는 게 맞는 순서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생태계 구축'을 말하면서 생태계를 만들 주체부터 묶어두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번 쟁점을 박현주 한 사람의 승부수로 읽으면 본질을 놓친다. 한국이 디지털자산 산업을 키우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혁신 금융회사의 실험 공간을 좁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는 그 물음을 가장 선명하게 던진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