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2026 여자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처벌당할 위기에 처했던 이란 여자 축구 대표 선수 5명이 호주로 망명 하게 됐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경기장에서 '침묵 시위'를 벌인 선수 중 5명이 호주에 망명했다. 이들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뒤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망명 절차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제창 거부 영상이 확산되면서 이란 내 강경파들이 "전시 반역자"라며 사형 등 중형을 요구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다.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 5명과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 / 토니 버크 장관 인스타그램
앞서 2일(현지 시간) 골드코스트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한국과 이란의 조별리그 경기. 경기 시작 전 이란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검은 히잡을 착용한 이란 선수 11명은 입을 다문 채 두 손을 등 뒤로 모으고 서 있었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전쟁이 사흘째 계속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조용한 항의였다.
선수들의 국가 제창 거부는 현재 이란 내 정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란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정권 수뇌부 다수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상태다.
1990년 제정된 현행 이란 국가는 이슬람 공화국과 최고지도자를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선수들이 정권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트루스소셜에서 "호주는 이란 여자축구대표팀이 살해될 가능성이 높은 이란으로 돌아가도록 허용함으로써 끔찍한 인도주의적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며 "망명을 받아주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국이 그들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압박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도움을 원한다면 언제든 돕겠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5명 외 다른 선수들도 추가 망명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 국가 제창 시간의 이란 여자축구 선수들 / GettyimagesKorea
한국전 이후 열린 호주·필리핀전에서는 선수들이 국가를 부르며 거수 경례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정부 성향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선수단과 동행한 혁명수비대 요원들이 충성을 강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란 여자축구팀은 지난 주말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 탈락하면서 공습이 진행 중인 이란으로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추가 망명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