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2일(목)

김남호 "부친께 맞설 생각 없다"... DB '책임경영' 의문 더 짙어졌다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이 부친 김준기 창업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설을 직접 부인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른바 '썰'에 오너家 구성원이 직접 입장을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입장문에서 김 명예회장은 "부친께 맞설 생각을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대주주 가문의 일원으로 앞으로도 그룹 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DB는 지난해 6월 이수광 회장을 선임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했고, 김남호는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회사는 당시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사업경쟁력과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대주주인 김 명예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자, 시장의 관심은 불화설 자체보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권한과 책임이 실제로 어떻게 나뉘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기존 이미지김남호 DB 명예회장 / 뉴스1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DB아이엔씨의 최대주주는 김남호 명예회장으로 지분율 16.83%다. 김준기 창업회장 15.91%, 김주원 부회장 9.87%가 뒤를 잇는다. DB손해보험도 김남호 9.01%, 김준기 5.94%, 김주원 3.15% 구조다.


숫자만 보면 김남호가 앞서지만, 단순 지분율이 곧 영향력을 뜻하지는 않는다. DB김준기문화재단 5% 등 우호지분을 합산하면 김준기 창업회장 쪽으로 무게추가 더 기운다. 회사 지분을 보유한 임원 다수도 창업회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형식상 최대주주와 실질적 영향력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입장문이 나온 시점도 공교롭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DB 동일인 김준기의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를 제재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재단 및 재단회사들을 통한 지배력 유지 구조를 문제 삼으며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행위를 고발 대상으로 특정했다.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가 문제로 지적된 상황에서 나온 입장문인 만큼, 시장은 단순 가족사 해명으로 읽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시선은 더 냉랭하다. DB하이텍은 2022년 반도체 설계사업 분사 검토 과정에서 소액주주 반발이 커지자 백지화한 바 있다. 


2023년 12월에는 2028년까지 자기주식 비중을 15%까지 늘리겠다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을 발표했지만, 2025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주주제안이 부결된 사실도 기재됐다. 환원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주주 권한 강화에는 선을 긋는 행보가 반복되면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다.


사진제공=DB사진제공=DB


김 명예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사실은 분쟁설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그 행동 자체가 DB그룹의 지배구조와 책임경영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누가 결정하고, 누가 설명하고, 누가 책임지는가. 갈등설을 잠재우는 것과 별개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김준기 DB 창업회장 / 뉴스1김준기 DB 창업회장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