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25일(수)

"1000억달러 이익? 손실 날 수도"... 최태원 회장이 던진 AI 경고

"지금 우리가 맞이한 변화는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존을 좌우하는 구조적 현실입니다. 이 전환기에 한·미·일 3국이 어떻게 협력하느냐가 앞으로의 질서를 결정할 것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은 20~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rans-Pacific Dialogue·TPD) 2026'에서 이같이 밝히며 인공지능(AI) 전환기가 가져올 구조적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사진2. TPD2026_.jpg최태원 SK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20일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TPD 2026’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SK수펙스추구협의회


최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시장의 기대와는 다른 경고성 메시지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그는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본다. 좋은 소식처럼 들리지만 1000억 달러의 손실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AI 전환기가 만들어내는 변동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입니다.


이어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고 있어 3년, 5년은 물론 1년짜리 계획도 큰 의미가 없을 정도"라며 "신기술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반도체 시장은 AI 수요 폭증으로 기존 질서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AI용 메모리 공급난이 심각해 올해 부족분만 수요 대비 30%를 넘는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괴물 칩'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AI 인프라가 메모리 칩을 전부 빨아들이면서 비AI 분야에서 일반 칩을 파는 것이 더 이익이 되는 왜곡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HBM과 범용 메모리의 이익률이 각각 약 60%, 80% 수준으로 형성돼 수익 구조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I 확산이 에너지와 금융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충격도 주요 화두로 제시됐습니다. 최 회장은 "AI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모두 집어삼키고 있다"며 "전력 수요를 맞추지 못하면 결과는 재난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 500억 달러가 든다"며 AI 인프라 구축 비용이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1. TPD2026_.jpg최태원 SK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20일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TPD 2026’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SK수펙스추구협의회


그는 "분명한 것은 누구도 AI 경쟁을 멈출 수 없다는 점"이라며 "결국 자본과 자원을 가진 이들이 경쟁의 선두에 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하는 TPD는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학계,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이 모여 국제 질서와 경제·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플랫폼으로 2021년 시작돼 올해 5회를 맞았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글로벌 질서 변화와 3국 협력, AI 산업 경쟁, 금융 질서 재편, 차세대 원전과 에너지 협력, 안보 동맹 변화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등 국제정치 분야 학자들과 산업계 인사들이 참여해 AI 확산이 가져올 지정학적·경제적 파장을 논의했습니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급변하는 글로벌 질서 속에서 한·미·일 협력의 전략적 의미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AI와 에너지 등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에서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AI가 만들어내는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발언은 기술 낙관론에 대한 경계와 함께 산업 구조 재편의 속도를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