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9일) 시가총액 40조원을 넘기며 화제가 되고 있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최근 행보는 개별 투자나 사업 확장이라는 단편적 설명만으로는 온전히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핵심 오피스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고, 글로벌 비상장 성장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경영권까지 확보한 일련의 결정은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공통된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자산의 성격과 투자 방식을 동시에 전환하는 구조 재편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 부동산은 지금이 피크라고 본다"고 밝힌 발언은 단순한 시장 진단을 넘어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미래에셋은 옛 대우증권 본사가 있던 여의도 사옥을 약 3700억원에 매각했고, 판교 테크원타워 역시 2조원 안팎에 처분했습니다. 여의도와 판교는 각각 국내 금융과 정보기술 산업을 상징하는 핵심 입지입니다. 이 같은 자산을 동시에 정리했다는 점에서, 특정 부동산 시장에 대한 비관론이라기보다 가격 상승이 충분히 반영된 실물 자산에서 자본을 회수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금리 상승과 자본 조달 비용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장기 보유만으로 기대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임차 수요 둔화와 공실 리스크, 캡레이트 상승 압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상징적 자산을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에 매각한 것은 시장 사이클 변화에 맞춰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조치로 읽힙니다.
확보된 자본은 곧바로 성장 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미래에셋이 2022년과 2023년 투자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최근 기업가치가 크게 재평가되며 시장의 관심을 다시 받고 있습니다. 상장 이후가 아니라 비상장 단계에서 장기 자본을 투입하는 미래에셋의 코인베스트(Co-invest) 전략이 반영된 사례입니다. 회사가 먼저 자기자본으로 투자 구조를 만든 뒤 고객 자금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단기 매매 차익보다 성장 구간에서의 가치 상승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 모델입니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위성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의 성장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발사체 중심 사업에서 통신 인프라 기업으로 사업 모델이 확장되면서 안정적 현금흐름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미래에셋은 이러한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되기 전 단계에서 투자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기술기업의 성장 과정에 직접 관여한 사례로 꼽힙니다.
여기에 더해 미래에셋은 지난 13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지분 92%를 약 1335억원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단순한 지분 투자 수준을 넘어 거래소를 사실상 자회사로 편입한 것입니다. 이는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했다기보다, 디지털 자산이 제도권 투자 영역으로 편입될 가능성에 대비해 거래와 보관, 유통 기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코빗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는 선두권과 격차가 있지만, 2013년 설립된 1세대 거래소로서 규제 대응 경험과 보안·커스터디 운영 역량을 축적해 왔습니다. 신규 인허가와 시스템 구축에 따르는 시간과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이미 검증된 인프라를 인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미래에셋그룹
투자 규모 자체는 미래에셋 전체 운용자산에 비하면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원화 거래 구조와 실명계좌 기반 운영 경험, 자금세탁방지 체계 등 제도권 금융과 연결되는 핵심 인프라를 단기간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은 작지 않습니다. 향후 토큰증권(STO) 제도화나 디지털 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될 경우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처럼 부동산 매각, 글로벌 비상장 투자, 디지털 자산 인프라 확보는 각각 별개의 투자 판단이라기보다 자산 배분의 축을 이동시키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실물 중심 자산에서 유동성을 회수해 성장성과 기술 기반 자산으로 재배치하고, 동시에 새로운 거래 방식을 수용할 기반을 구축하는 흐름입니다.
금융 산업은 지금 자산의 종류뿐 아니라 투자와 유통 방식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상장 주식과 채권 중심의 전통적 구조에 비상장 기술기업, 대체투자, 디지털 자산이 동시에 편입되는 전환기입니다. 미래에셋의 최근 행보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개별 사업 확장이 아니라, 자산관리 회사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려는 장기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결국 이번 일련의 결정은 특정 시장에 대한 낙관이나 비관의 표현이라기보다, 자본이 이동해야 할 다음 영역을 선제적으로 설정하고 실행에 옮긴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이 발언보다 자금의 흐름을 통해 전략을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