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가족 모임에서 "연애는 하니?", "결혼 계획은 있어?" 같은 질문이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며 어른들도 조심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미혼 남녀들의 연애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런 변화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전국 만 20~49세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패널 설문조사 결과, 현재 연애를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7.5%에 불과했습니다.
미혼 남녀 10명 중 6명 이상이 비연애 상태로 지내고 있는 셈입니다.
연애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만남의 기회나 경로가 부족해서'라는 응답이 24.7%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만남의 기회 부족'(29.3%)과 '경제적 부담'(22.5%)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반면 여성은 '감정 소모 기피'(23.8%)와 '나의 가치관이나 취향에 맞는 사람을 찾기 어려움'(23.4%)을 가장 많이 언급했습니다.
연애가 부담스러운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는 '시간과 감정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어서'라는 답변이 45.7%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뒤이어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42.8%), '연애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29.4%), '연애보다 학업이나 커리어에 더 집중하고 싶어서'(20.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성별 차이도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여성의 경우 '시간과 감정적 에너지 소모'에 대한 응답이 51.3%로 남성(40.1%)보다 11.2%포인트 높았습니다. 남성은 '경제적 부담'을 44.6%가 선택해 여성(40.9%)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요즘 미혼 남녀들은 연애를 시작하기 전부터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정식 교제 전 공개하거나 합의해야 할 항목으로는 '경제적 소비 습관 및 자산 관리 방식'이 41.9%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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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및 자녀에 대한 가치관'(40.2%), '남사친·여사친 등 이성 관계에 대한 허용 범위'(39.7%)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어서 '연애 빈도 및 생활 패턴'(37.3%), '정치·종교·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36.6%), '과거 연애 경험 및 이별 사유'(19.8%)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연령대별로는 '결혼·자녀 가치관'의 중요도가 30대(47.5%)와 40대(49.2%)에서 20대(35.0%)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연애를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인생 설계와 연결해서 생각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새로운 이성과의 만남 경로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72.6%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습니다.
'취향/목적 기반 모임'(8.7%), '지인의 소개팅'(8.4%), '검증된 커뮤니티'(6.7%), '디지털 소셜 디스커버리'(3.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썸 단계에서 연애 목적과 가치관을 명확히 밝히는 것에 대해서는 51.4%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보통이다'가 42.6%,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는 6.0%에 그쳤습니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56.1%가 긍정적으로 답해 남성(46.6%)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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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달리 현재의 미혼 남녀들은 단순히 '사랑하는 마음'이나 '외모' 같은 한두 가지 기준만으로 연애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갈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조건들이 맞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 경제적 문제를 가장 먼저 논의하는 것도 이런 현실적 사고의 반영입니다.
㈜피앰아이 관계자는 "현대 청년들은 연애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상대방과 건강한 접점을 찾으려는 신중함을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관계를 시작하기 전 가치관을 투명하게 확인하고,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문화는 앞으로 더욱 솔직하고 견실한 연애 문화를 정착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