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뷰티업계의 전통 강자로 불리던 LG생활건강이 4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며 깊은 부진의 늪에 빠졌습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8일 공시한 실적에서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1조47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줄었고, 영업이익은 -727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간 실적 또한 매출 6조3555억원, 영업이익 170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7%, 62.8% 급감하며 실적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2021년 8조원이 넘었던 매출이 6조원대까지 떨어지는 동안 영업이익 역시 1조원대에서 1000억원대 수준으로 쪼그라들며 경영 지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입니다.
이러한 장기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회사의 성장을 견인해온 뷰티 사업부의 침체가 꼽힙니다.
뷰티 부문은 지난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0% 감소하며 20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그간 실적의 핵심이었던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이 16.6% 줄어든 데다, 급변하는 소비 패턴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다만 글로벌 시장 다변화 측면에서는 미국 시장 매출이 7.9%, 일본 시장이 6.0% 성장하는 등 일부 주력 브랜드가 성과를 거두며 연간 기준 해외 매출이 소폭 상승하는 유의미한 지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LG생활건강 광화문 사옥/ LG생활건강
특히 최근 K-뷰티 열풍 속에서 아모레퍼시픽과 에이피알 등 경쟁사들이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과 대비되면서 LG생활건강의 부진은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 4조6232억 원, 영업이익 368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8.5%, 47.6% 증가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9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매출 역시 3년 만에 ‘4조 클럽’에 재진입했습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매출 1조5237억 원, 영업이익 3654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1%, 영업이익은 198% 급증하며 업계의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해외 매출이 1조2258억 원으로 207% 늘었고,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55%에서 80%로 확대되는 등 글로벌 성장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이건주 LG생활건강 신임 CEO / LG생활건강
이처럼 일부 주요 기업들이 해외 확장을 발판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과 달리, LG생활건강은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지 못한 채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경쟁력 회복 여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0월, 로레알 출신의 이선주 사장을 신임 CEO로 영입하며 변화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이선주 대표는 한국에서 '키엘' 브랜드를 미국에 이어 글로벌 매출 2위 국가로 성장시키고, '입생로랑', '메디힐', 'AHC' 등 다수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끈 30년 경력의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가진 탁월한 마케팅 감각과 글로벌 사업 경험이 2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의 체질 개선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올해 경영 목표를 '과학에 기반한 뷰티·건강 기업'으로 설정하고, 한 자릿수 매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과 수익성 구조 개선, 고객 경험 혁신, 고성장 지역 집중 육성을 4대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고성장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LG생활건강은 유통 채널 재정비와 인력 효율화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4분기 실적에 반영된 희망퇴직 비용 등 일회성 비용 역시 이 같은 구조조정 과정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4년 연속 역성장의 고리를 끊기 위해 등판한 이 대표가 북미와 일본 등 고성장 시장 공략을 통해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