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령 현역 배우 신구(90)가 새로운 연극 무대에 대한 각오를 드러내며 "살아 있으니까 평생 해온 일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일 신구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 놀(NOL) 서경스퀘어에서 진행된 연극 '불란서 금고'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작품 참여 동기를 묻는 질문에 "내게 연기란 밥 먹는 것과 같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작품 '불란서 금고'는 영화감독 장진이 10년 만에 집필한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합니다. 은행 건물 지하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서로를 알지 못하는 은행 강도 다섯 명이 얽힌 욕망을 다룬 블랙 코미디입니다. 신구는 극중 '금고 털이 맹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불란서 금고 -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 제작발표회 / 뉴스1
신구는 작년 9월 장진 감독으로부터 대본을 받은 후 한 달간의 고민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너무 성급하게 출연을 결정한 것 같다"며 "막상 연습해보니까 나이가 들어 극복하기 힘든 것도 있고, 작품 해석이 어려운 것도 있다. 노욕을 부린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특히 신구는 "몸이 신통치 않다"며 "몸 여러 군데에 장애가 오고 있는데, 잘 극복해서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작년 12월 배우 이순재가 91세로 별세한 후 국내 최고령 현역 배우가 된 신구는 선배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도 표현했습니다.
그는 "얼마 전에 내가 형님이라고 불렀던 이순재가 돌아가셔서 이제는 위로 모실 분이 안 계셔 아쉽기 짝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배우 신구 / 뉴스1
장진 연출가는 "신구 선생님이 출연 승낙을 하신 뒤 무대에 오를 수 없는 몸이라고 생각하셔서 걷는 것부터 연습하셨다더라"며 "선생님이 '이 작품이 살아가는 이유'라는 문자를 주셨다. 그러니 저희가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신구와 더블 캐스팅으로 맹인 역을 맡은 성지루는 "평소 아버지라고 부르는 신구 선생님과 같은 무대에서 같은 역할을 하게 돼 더할 나위 없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교수 역의 장현성은 "신구 선생님이 출연한다고 해 작품 출연을 결정한 부분도 있다"며 "선생님과 함께 연습하면서 몰랐던 것들을 깨닫고 울컥하는 순간이 많다"고 했습니다.
밀수 역을 맡은 장영남은 "배우들에게 역사와 같은 분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습니다.
연극 '불란서 금고'는 다음 달 7일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개막해 오는 5월 31일까지 공연됩니다. 신구를 비롯해 정영주, 조달환, 안두호, 금새록, 주종혁 등이 출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