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9일(월)

치즈 맛보던 김정은, "할아버지, 솔직히 말만"... 김일성 농촌정책 공개 비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삼광축산농장 조업식에서 조부 김일성 주석의 농촌 정책을 직접 비판하며 선대 지도자의 유산에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지난 3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2일) 열린 평안북도농촌경리위원회 삼광축산농장 조업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역사적인 중요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삼광축산농장에 대해 "농촌의 세기적 낙후성이 다분했던 운전군의 막바지골이 현대농촌과 현대축산의 미래를 직관하게 하는 표준실체로, 청사진으로 전변된 것"이라며 "진짜 천지개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이 농장에서는 라클레트, 체다, 모차렐라 치즈를 비롯해 버터, 요거트 등 다양한 유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라클레트 치즈는 스위스에서 유래한 치즈로 즉석에서 녹여 채소나 고기와 함께 먹는 요리에 사용됩니다.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 위원장의 낙농업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사이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뉴스1(평양 노동신문)


김정은 위원장은 이 사업에 대해 "당중앙위원회 중요 부서에 직접 과업을 주고 맡아 주관"하게 했다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김일성 주석이 1964년 제시한 '사회주의 농촌테제'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는 "반세기 이상의 투쟁에도 우리 농촌들이 왜 피폐한 상태를 가시지 못했는지 다시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주의 농촌테제는 김일성 집권기인 1964년 채택된 농촌 발전 강령으로 농촌 낙후성 극복을 위한 기본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솔직히 지난 시기 농촌건설에서 말공부만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거친 표현으로 선대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대표 사업인 강원도 세포지구 축산기지에 대해서도 "실정은 마찬가지"라며 성과 부족을 인정했습니다.


이런 발언은 북한에서 전통적으로 '성역'으로 여겨온 선대 지도자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평가절하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 정권이 김정은 독자 우상화를 가속화하면서 선대 최고지도자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조선중앙통신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조선중앙통신


실제로 최근 북한은 선대 지도자 우상화 표현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광명성절·2월 16일) 84주년 기념 예술축제를 알리면서 '광명성절'이라는 용어 대신 '제3차 2.16 경축 인민예술축전'으로 표기했습니다.


이전 2022년과 2024년에는 모두 '광명성절경축 인민예술축전'으로 명명했던 것과 대조됩니다.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생일은 각각 '태양절'(4월 15일)과 '광명성절'로 불리며 '민족 최대 명절'로 여겨져 왔습니다. 지난해에도 북한 공식 매체는 김일성 생일을 '4.15'로 표기하며 태양절 명칭을 상당 부분 대체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런 변화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독자 우상화를 가속하는 한편 최고지도자 '신비화'를 자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일성, 김정일 시기에 강조해온 통일이나 민족 같은 용어를 더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노동당 규약 서문 등에 관련 용어들이 대거 남아 있어 5년마다 개최되는 9차 노동당 대회에서 이런 용어들이 대거 삭제되거나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뉴스1뉴스1


북한은 8일 향후 5년간 국정 노선을 설정할 노동당 9차 대회를 2월 하순에 개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개회일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당초 유력시됐던 2월 초중순보다 늦어진 시점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 16일) 기념 행사 이후 당대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대회에서는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 5년간의 성과 결산과 향후 5년간의 대내외 정책 방향이 발표될 전망입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대남·대미 등 대외 정책 언급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할아버지 김일성이 지녔던 주석직이 부여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