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7일(토)

"나 돈 좀 쓰고 왔어" SK하이닉스 직원 '돈 쓴 자랑' 글이 만든 기적

SK하이닉스 직원이 시작한 보육원 기부 릴레이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해당 직원이 추가 기부 참여를 독려한 후 300개가 넘는 댓글과 함께 각종 기업 직원들의 기부 인증이 이어지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신을 SK하이닉스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오늘 자랑 좀 할게, 나 돈 좀 쓰고 왔어 2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시했습니다. A씨는 "혼자 힘으로는 어려워서 도움받을 수 있을까 싶어 며칠 만에 다시 왔다"며 "조용히 혼자 하려고 했는데 이슈가 된 김에 아이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고 싶어서 다시 글 쓰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앞서 보육원에 피자와 과일, 견과류 등을 기부한 사실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직원 1인당 평균 1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하게 된 상황에서 고가 소비나 계좌 인증 대신 나눔을 선택한 점이 화제가 됐습니다.


A씨가 세종 영명보육원에 기부한 물품들. 사진 블라인드 캡처블라인드 캡처


A씨는 추가 글에서 보육원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전했습니다. "현재 애들이 쉴 곳이 마땅치 않아 학업보다는 휴대폰을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그래서 도서관을 리모델링해주려고 모금 활동을 하는데 차도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4000만원을 모금하는데 아직 1000만원밖에 진행이 안 됐다"며 "여름 전까지는 아이들이 시원하게 책도 보고 꿈을 키워가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보육원 전화번호와 모금 계좌 정보도 공유했습니다.


A씨의 기부 독려 메시지에는 "100원, 1000원이라도 모이면 큰 돈이 되고 그게 아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어른들이 으쌰으쌰해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자"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A씨의 호출에 응답한 직장인들이 300개가 넘는 댓글로 기부 참여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 직원은 "이런 좋은 일에 우리 회사 간판이 없으니 하나 붙여야지"라며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길"이라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직원은 "돈 버는 이야기만 판을 치는 세상에서 글쓴이의 선한 영향력이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며 "부디 이 작은 온풍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단초가 되길 기원한다"며 기부 참여 사실을 알렸습니다.


세종 영명보육원 원장이 기부자들에게 보내는 감사 메시지. 사진 블라인드 캡처세종 영명보육원 원장이 기부자들에게 보내는 감사 메시지. 사진 블라인드 캡처


한 변호사는 "늘 기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많았는데 실천은 못했었다"며 "계좌와 내용을 올려준 덕분에 방구석에서 편하게 기부할 수 있어 무임승차 하는 것 같아 좀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앞으로도 종종 기부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전적 기부를 넘어 재능 기부 제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서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나는 사서인데 혹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돕고 싶다"고 했습니다.


강사 직업을 가진 다른 이용자는 "나는 강사라 책과 문제집이 많은데 책 기부도 받으셨으면 좋겠다"며 "나중에 대학 컨설팅도 무료로 해줄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영명보육원 측에 따르면 A씨의 글 이후 현재까지 약 2100만원의 기부금이 모였습니다. 보육원은 지난해 12월부터 모금을 시작했으나 최근 기부 문의가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권희 영명보육원 원장은 기부자들을 향한 감사 편지에서 "건물 내에 숙소 외에는 아동을 위한 공간이 없어 아이들이 온종일 방에 머물러 있거나 컴퓨터 게임이나 핸드폰을 보며 시간 보내는 모습이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권희 원장은 "사랑의 온도탑을 급상승시켜 주신 분들이 바로 여기 함께해 주신 분들이었다"며 "지난 몇 일간 80여명의 천사 같은 마음이 감동에 드라마를 만들어 주셨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하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