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1일(일)

베네수엘라, 석유 국유화 20년 만 폐기... 트럼프 '에너지 패권' 강화

세계 최대 원유 보유국인 베네수엘라가 20여 년간 유지해온 석유 국유화 정책을 공식 폐기하고 민영화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써 베네수엘라 원유를 직접 통제하겠다고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패권 주의'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29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국회는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정부가 제출한 탄화수소법 개정안을 가결했습니다. 이날 베네수엘라 국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본회의에서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이 법은 역사적 관점에서, 미래를 향한 희망에서,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제정됐다"고 법안의 의의를 강조했습니다. 법안은 총 18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GettyImages-2251771535.jpg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베네수엘라 국회 홈페이지 보도자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 본사를 둔 민간 기업들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와 계약을 체결하면 석유와 가스의 탐사, 채굴, 채취, 운송, 저장, 가공, 정제, 상업화 등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법안에는 탐사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베네수엘라 내 관할 법원뿐만 아니라 대체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오직 베네수엘라 내 법원에서만 분쟁 조정이 가능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정부(1999∼2013년) 시절 외국기업 자산을 몰수하고 PDVSA 지분율을 강제로 상향 조정하는 등의 석유 국유화 정책을 20여 년 만에 포기하는 것입니다.


법안이 발효되면 외국 기업과 현지 기업들은 새로운 계약 모델을 통해 유전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생산물을 상업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영 석유회사(PDVSA)의 소수 지분 파트너로 활동하는 경우에도 판매 수익금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AP통신은 로열티 상한선이 30%로 설정되었다고 전했습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둔 이 법안은 곧바로 공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GettyImages-2247859148.jpg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 GettyimagesKorea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전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21세기 사회주의와 반미 정책을 기치로 내걸고 국가 경제의 근간인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여 강력하게 통제해왔습니다. 


하지만 유가 폭락과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경제·금융 제재로 인해 석유 국유화 결정은 2010년대 들어 국가를 침체에 빠뜨리는 잘못된 선택으로 작용했습니다.


석유 산업 자체도 전문 인력 유출과 재투자 부족 문제에 직면하면서, 한때 일일 300만 배럴을 넘었던 생산량이 80만 배럴 수준까지 급감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분석했습니다.


지난 3일 마두로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한 이후 미국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석유 이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석유 회사들이 (베네수엘라에) 들어갈지는 우리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측과 석유와 광물 등 의제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GettyImages-2252064678.jpg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카벨로에 위치한 '엘 팔리토' 정유공장 건물의 전경. / GettyimagesKorea


앞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대량 확보해 국제 유가를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유지하려는 구상을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미국 CBS방송에서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통해 "석유 생산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굳게 닫혔던 베네수엘라 석유 부문의 문이 열리면 국제 유가 시장 주도권도 미국 쪽으로 일부 기울 것으로 관측됩니다. 실제로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회가 법안을 가결하자마자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제재를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홈페이지를 통해 베네수엘라 관련 일반 라이선스 46호인 '베네수엘라산 원유 관련 특정 활동 허가'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 조치에는 베네수엘라 정부 및 PDVSA와 관련된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정유·수출·공급 등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다만 북한·러시아·이란·쿠바와 관련된 모든 거래는 제외됩니다. 또한 중국 소재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소유·통제하거나 합작 투자한 거래 역시 제한된다고 미국 재무부가 명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