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를 삭제해 '인하 사이클 종료'를 시사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에서는 연 3%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지난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16일 기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88~6.28%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1년 초 연 2.5~4.0%와 비교해 하단과 상단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입니다. 당시 대출을 받은 차주가 갱신 시점을 맞으면 이자 부담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셈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1월 예금은행 신규 취급 고정형 대출금리는 평균 2.57%였으나 지난해 11월에는 4.17%까지 상승했습니다.
최근 장기 시장금리 반등 추세를 고려할 때 현재 체감 금리는 4% 중후반대에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평가입니다.
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은 한국은행의 정책 기조 변화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인하 가능성'으로 완화한 데 이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인하 관련 표현 자체를 삭제했습니다. 시장은 이를 인하 사이클 종료 신호로 해석하며 장기 금리를 빠르게 끌어올렸습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 뉴스1
실제로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 전일 대비 이틀 만에 0.08%포인트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19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혼합형·주기형 금리를 0.1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으며, 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시장금리 상승분을 이번 주부터 순차적으로 반영할 예정입니다.
변동금리 상품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는 최근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해 일시적으로 하단을 낮췄지만, 대부분 차주가 실제로 적용받는 금리는 이미 4%대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지난해 10월 16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안내문이 설치돼있다. / 뉴스1
일부 은행의 3%대 금리는 특정 지역 납세자 등 극소수 우대 조건이 반영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대출 환경은 5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당시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됐지만, 현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전면 도입되었습니다.
원금과 이자를 모두 고려하는 구조상 소득 대비 대출 여력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갈아타기 대출' 금리를 높게 책정하면서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출구마저 좁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전략의 전면적인 재점검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줄이고, 상환 여력이 있다면 일부 원금 상환을 통해 이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조언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예금의 경우에도 장기 상품에 묶기보다는 만기를 분산해 시장금리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시사하면서 대출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선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