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복잡한 데이트 문화에 지친 일부 시민들이 눈가리개를 착용한 채 진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만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는 외모보다 내면적 소통을 중시하는 이 독특한 데이트 방식에 대해 단독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뉴욕에서의 데이트는 종종 하나의 시련처럼 느껴진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면접을 방불케 하는 자기중심적인 만남부터, 양쪽 모두 지쳐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지는 마라톤 같은 관계까지, 오늘날 뉴욕에서 인맥을 쌓는 일은 독성 짙은 도시 생활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뉴욕에는 '언신 커넥션(Unseen Connection)'이라는 새로운 데이트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이 모임은 넷플릭스 인기 리얼리티 쇼 '러브 이즈 블라인드(Love is Blind)'처럼 참가자들이 서로 마음이 통할 때까지 눈가리개를 착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뉴욕포스트
마이 호앙 응우옌(38)은 지난해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처음 시작된 이 '언신 커넥션'의 공동 창립자입니다.
그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둘 다 '러브 이즈 블라인드'를 정말 좋아했다"며 공동 창업자이자 절친인 마르티나 그뤼버를 언급했습니다.
이어 "우리만의 이벤트를 열어서 '러브 이즈 블라인드'의 콘셉트를 현실로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서로 이야기했다. 겉치레에 치우치지 않고 데이트를 다시 재미있고 신나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응우옌은 이 모임의 목적이 외모에 집착하는 오늘날의 디지털 데이팅 문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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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진행되는 이 데이트는 엄선된 30명(보통 남성 15명, 여성 15명)의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되며, 각 참가자가 네 명의 잠재적 짝과 연결될 수 있도록 인원수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참석자들은 음료와 간단한 음식이 포함된 100달러(한화 약 15만 원)의 참가비를 낸 후, 공통 가치관, 원하는 관계 양상, 친밀도 등에 대한 질문이 포함된 20개 문항의 설문조사를 작성합니다.
이후 응우옌이 ChatGPT를 사용해 구축한 가상 에이전트가 매칭을 진행하지만, 그와 팀이 여전히 모든 지원서를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언신 커넥션 뉴욕 지부 책임자인 아리아는 과거 이 모임의 리스본 행사에서 데이트를 했던 경험이 있으며, 현재 여자친구 엘렌 야페와 함께 공동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아리아는 뉴욕 여성들은 티켓이 판매되자마자 즉시 구매했지만, 뉴욕 남성들을 눈가리개를 하고 데이트하는 행사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고 밝혔습니다.
남성 참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아리아는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그는 뉴욕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하철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되는 남성들에게 '당신 멋져요'라고 적힌 카드를 주곤 했어요. 카드 뒷면에는 저희 QR 코드가 있었고, '당신이 잘생겼다고 생각해서 이 카드를 드리는 건데, 당신의 이상형은 알고리즘에 없네요. 대신 이걸 사용해 보세요'라고 적혀 있었죠"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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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신 커넥션의 뉴욕 데뷔 행사는 헬스 키친에 있는 고급 칵테일 라운지 '잇츠 힘'에서 열렸습니다. 참가자 중 한 명인 32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스칼렛은 거의 3년 동안 싱글이었으며 "데이트 앱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직접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여성 참가자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자리를 잡는 것을 도와줄 수 있도록, 그리고 상대 참가자들을 엿보는 것을 막기 위해 15분 일찍 도착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스칼렛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잘 맞든 그렇지 않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이번 선택은 다시 한번 도전해 보려는 제 자신감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행사는 남성들이 자원봉사자의 안내를 받아 각 여성의 테이블로 이동하여 12분씩 세 번의 데이트를 하고, 네 번째 라운드에는 깜짝 반전이 있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들은 눈가리개를 착용한 상태에서 서로 얼굴도 모르는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했습니다. 냄새, 목소리, 손길, 그리고 대화와 서로에게 끌리는 느낌이 모두 상대방과 관계를 맺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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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보너스 라운드로 눈가리개를 벗고 손목밴드에 적힌 이름과 짝을 찾는 게임이 진행됐습니다.
한 참가자는 '바비'였던 자신이 '켄'을 찾아야 했다며, 결국 한 명의 짝을 찾았다고 전했습니다.
응우옌은 "사람들이 솔직하고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그렇게 특별한 방식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거다. 그런 만남을 통해 아름다운 무언가가 탄생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