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11일(일)

네이버, 국가대표 AI에 '중국 기술' 활용 인정... 논란 왜 터졌나

정부가 국가대표 인공지능(AI)을 육성하겠다며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가 출범 초기부터 독자성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해외 빅테크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획된 국책 AI 사업에서 일부 참여 기업의 중국 AI 모델 활용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연 어디까지를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로 볼 수 있느냐는 논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논란은 특히 오는 15일 1차 성능 평가를 앞두고 한 곳의 탈락 기업을 가려내야 하는 시점에 불거지며 파장이 커졌습니다. 기술적 우열을 가리는 평가를 넘어, 이번 심사가 향후 '독자 AI'의 기준을 사실상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사진=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독파모 사업은 해외 대형 AI 기업의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국방·의료·행정 등 민감하고 국민 생활과 직결된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했습니다. 정부는 네이버클라우드와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기업을 선정해 경쟁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해 왔습니다.


문제는 사업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된 '프롬 스크래치'의 범위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정부 공모 안내서에는 해외 AI 모델을 파인튜닝해 만든 파생형 모델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로 보지 않는다고만 명시돼 있을 뿐, 멀티모달 AI에서 인코더나 가중치 활용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논란의 직접적인 불씨는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시작됐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멀티모달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개발 과정에서 중국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모델 '큐웬(Qwen) 2.5'의 비전·오디오 인코더와 가중치를 활용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비전과 오디오 인코더는 이미지와 음성 정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역할을 합니다.


네이버 측은 이에 대해 핵심 추론 구조와 언어 모델은 프롬 스크래치로 자체 개발했으며, 인코더는 글로벌 호환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검증된 오픈소스를 전략적으로 선택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인코더는 필요에 따라 언제든 교체할 수 있고, 라이선스에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엇갈립니다. 멀티모달 AI에서 인코더는 단순한 주변 장치가 아니라 입력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추상화할지를 결정하는 첫 단계인 만큼, 이미 학습된 외부 모델의 가중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독자 모델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중치는 AI가 학습을 통해 형성한 판단 기준을 수치로 저장한 것으로, 모델의 '생각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뉴스1최수연 네이버 대표 / 뉴스1


이 같은 논쟁은 특정 기업의 선택을 넘어 독자 AI 전략을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100% 자체 기술을 고집하는 '순혈주의'가 맞느냐, 아니면 성능과 현실성을 고려해 외부 기술을 일부 활용하는 '개발주의'가 더 합리적이냐는 노선 선택의 문제입니다.


논란이 '중국 기술'이라는 프레임과 맞물리며 더욱 민감해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현재는 오픈소스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지만, 향후 라이선스 정책 변경이나 상업적 조건 강화 시 기술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소버린 AI의 방향성과 충돌한다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오픈소스를 활용했더라도 같은 논란이 벌어졌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제기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의 근본 원인을 정부의 기준 부재에서 찾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텍스트 중심의 거대언어모델을 넘어 이미지와 음성까지 아우르는 멀티모달 AI로 평가 범위가 확장되면서, 무엇을 핵심 기술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이 시작됐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AI 업계에서도 프롬 스크래치의 정의를 두고 명확한 합의는 없습니다. 다만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가중치를 직접 학습했는지를 독자성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습니다.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원칙론을 재확인했습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평가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독자 AI의 기준과 윤리적 요소 역시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본문 이미지 -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네이버 클라우드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2025.12.3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네이버 클라우드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 뉴스1


업계에서는 이번 1차 평가 결과가 단순한 탈락 여부를 넘어, 향후 국내 독자 AI 개발의 기준선을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기술 논쟁이 기업 간 비방전으로 흐르기 전에 정부가 독자성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며 "이번 심사가 국산 AI 생태계의 방향을 가르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