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시골 마을에서 예수 벽화를 원숭이 모습으로 복원해 전 세계적 화제가 됐던 아마추어 화가 세실리아 히메네스가 94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스페인 보르하시의 에두아르도 아릴라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친절하고 자애롭던 여성, 히메네스 여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스페인 보르하 성당의 100년 된 예수 벽화를 복원하려다 ‘원숭이’ 형상으로 그려 화제가 된 세실리아 히메네스가 94세로 별세했다. 왼쪽부터 원작·복원 전·복원 후 모습 / 스페인 보르하 연구센터 제공
아릴라 시장은 "전 세계는 그를 '에케 호모' 복원 사건으로 기억하지만, 그는 그전부터 훌륭한 인품을 지닌 소중한 이웃이었다"며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습니다.
히메네스의 인생이 완전히 바뀐 계기는 2012년 8월에 일어났습니다.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히메네스는 평소 다니던 성당의 100년 된 예수 벽화가 손상된 것을 보고 마음 아파했습니다.
성당 측은 예산 부족으로 벽화 복원을 미루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히메네스가 직접 복원 작업에 나섰지만, 결과는 예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취미로 그림을 그려본 경험은 있었지만 전문적인 복원 기술은 부족했던 것입니다. 벽화는 털이 수북한 정체불명의 얼굴로 변모했습니다.
이 충격적인 복원 결과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주요 해외 언론들은 '역사상 최악의 복원 사례'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히메네스는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체중이 17kg까지 감소하는 등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벽화가 인터넷 밈으로 변하면서 오히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입니다. 네티즌들은 "이 사람을 보라"는 뜻의 원래 작품명 '에케 호모' 대신 '에케 모노(Ecce Mono·이 원숭이를 보라)'라고 부르며 재미있어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이 독특한 벽화를 직접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인구 5000명 정도의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던 보르하는 순식간에 국제적인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습니다.
94세로 별세한 히메네스의 모습 / 보르하의 에케 호모 재단 제공
사건 발생 후 4개월 동안에만 4만6000여 명이 성당을 방문했고, 현재도 매년 약 2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한 관광 수익은 마을 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동력이 됐습니다. 히메네스는 수익의 대부분을 노인 복지와 자선 단체에 기부하며 생전까지 나눔의 정신을 실천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벽화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성당 측은 현재의 모습을 유리 보호막으로 보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보르하 시청은 "미세리코르디아 성당을 지극히 사랑했던 상냥한 여인. 우리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