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전기차 'EV4'와 'PV5'가 영국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 선정되면서 한국 자동차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영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지난 15일 타결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과 함께 국산 전기차의 영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기아의 준중형 전기 세단 EV4와 중형 전기 목적기반차(PBV) PV5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인 '밴드2' 차량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더 기아 EV4 / 기아
이로써 영국 소비자들은 두 차량 구매 시 1500파운드(약 290만 원)의 구매 보조금을 자동으로 할인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지난 7월 전임 보수당 정부가 폐지했던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3년 만에 부활시켰습니다.
3만 7000파운드(약 7300만 원) 이하 전기차를 대상으로 밴드1 차량에는 3750파운드(약 740만 원), 밴드2 차량에는 1500파운드(약 29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한국 자동차 제조사가 영국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포드, 폭스바겐, 르노, 도요타, 닛산 등 미국·유럽·일본 브랜드만 지급 대상이었던 이유는 글로벌 환경기구인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승인을 받은 제조사 차량만 선정했기 때문입니다.
기아 PV5 패신저 / 기아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 8월 SBTi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후 4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심사를 통과해 지난 4일 관련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SBTi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세계자원연구소(WRI),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공동 설립한 기구로 개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파리협정의 '1.5도 시나리오'에 부합하는지 검증합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SBTi 인증 완료로 향후 양사의 더 많은 전기차 모델이 영국 보조금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조금 지급 요건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0g, 항속거리 100마일(160㎞) 이상, 3년 또는 6만 마일(약 9만 6000㎞) 차량 보증 등은 현대차·기아 전기차가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입니다.
지난 15일 타결된 한·영 FTA 개선 협상도 한국산 전기차의 영국 수출 확대에 기여할 전망입니다. 무관세 혜택 적용을 위한 부가가치 발생 비중이 기존 55%에서 25%로 대폭 완화됐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리튬·흑연 등 수입 원료 가격에 따라 부가가치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이번 기준 완화로 무관세 혜택을 받는 한국산 전기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영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전기차 중 체코 생산 '코나 일렉트릭'을 제외한 아이오닉 5·6·9 시리즈 등 대부분이 한국에서 제조됩니다.
기아도 슬로바키아 생산 'EV2·4' 일부를 제외하면 PV5와 EV4·5·6·7 시리즈 등을 한국에서 생산해 영국으로 수출합니다.
KG모빌리티 역시 전기 픽업트럭 '무쏘 EV'를 내년 영국 시장에 출시하면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국은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큰 자동차 시장입니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자동차 판매량은 195만 대였으며, 전기차(BEV) 비중은 19.6%로 유럽 평균(15.4%)을 상회했습니다.
영국자동차산업협회(SMMT)는 올해 영국 자동차 시장이 6년 만에 처음으로 200만 대를 돌파하고,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22.8% 급증해 비중이 2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영국 신차 시장에서 각각 6위(현대차)·4위(기아)를 기록하고 있으며, 합산 점유율은 10.5%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