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자 배드민턴계에 안세영 공포증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3)이 라이벌 선수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막을 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에서 안세영은 또다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최상위 랭커 8명만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 안세영은 예외 없이 정상에 올랐고, 상대 선수들의 반응은 그의 지배력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배드민턴 왕중왕전에서 시즌 최다 11관왕 대기록을 달성한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2.22 / 뉴스1
결승전에서 안세영과 1시간 36분간 혈투를 벌인 왕즈이(중국·세계 2위)는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BWF 관계자는 "왕즈이가 이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며 놀라워했습니다.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음에도 왕즈이는 마지막 3게임에서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왕즈이는 올해 안세영과 8번 맞붙어 8번 모두 패했습니다. 중국 배드민턴 팬들 사이에서는 '공안증(恐安症)'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안세영은 이미 심리적 벽이 되었습니다.
왕즈이는 "안세영은 계속 연구당하는 선수인데도 코트에 설 때마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며 "안정감, 스피드, 경기 운영까지 모든 면에서 한 수 위"라고 인정했습니다.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 / 뉴스1
한때 안세영의 천적으로 불렸던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세계 3위) 역시 최근 안세영전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선수의 경기는 장기전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 시즌 들어 안세영이 공격적인 배드민턴을 구사하면서 경기 시간이 현저히 짧아졌습니다. 이번 준결승에서도 야마구치는 38분 만에 패했습니다.
야마구치는 "예전에는 수비가 가장 위협적인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공격까지 완성됐다"며 "안세영을 만나면 랠리를 이어가는 것도 수비를 하는 것도 너무 버겁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매번 어려운 상대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다. 나를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선수"라고 덧붙였습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안세영이 고정된 유형의 선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상대팀이 대비책을 준비해도 코트 안에서 그 해답이 계속 변화합니다.
배드민턴 왕중왕전에서 시즌 최다 11관왕 대기록을 달성하고 돌아온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22일 오후 인천국재공항을 통해 귀국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12.22 / 뉴스1
지독할 정도로 끈덕진 수비, 고갈되지 않는 체력, 올해 들어 한층 더 날카로워진 공격까지 갖춘 안세영은 자신의 무기를 늘리면서 상대의 선택지는 하나씩 지워내는 '배드민턴계 노박 조코비치' 같은 무결점 황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안세영은 이제 '이길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 어떻게 져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한국 배드민턴의 보물이자 전 세계 여자 선수들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이름이 된 안세영의 위용은 역대 최고 선수(GOAT)로까지 거론되는 현존 1인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