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배경에 대해 국회의 예산 삭감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주임 원사가 소대 사병들 관리하는데 통닭이라도 사줄 돈이 없다"며 국회를 향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을 증인 신문하며 군 관련 예산 삭감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요.
그는 "부사관 등 초급 장교들 관사, 전방 관사들을 보면 40년씩 돼 녹물이 나온다"며 "이런걸 수리하고, 이사비 제대로 지원하라는데 관련 예산이 국회에 올라가면 잘린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특히 윤 전 대통령은 격양된 목소리로 "주임 원사가 소대 사병들 관리하는데 하다못해 통닭이라도 한 마리 사주려 하면 필요한 돈인데 어떻게 이런 것만 딱딱 골라 갖고 자르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가 쟁점사항과 관련된 질문만 하라고 지시하자, 윤 전 대통령은 "이게 계엄 선포 사유 관련해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박안수 전 총장은 이날 증언에서 비상계엄 당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총장은 당시 회의에서 김 전 장관이 "모든 군사 활동은 장관이 진행하며 불응 시에는 항명죄로 처벌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습니다.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 뉴스1
박 전 총장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포고령 1호'라고 기재된 문건을 받았다며 "법적 검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맥락을 짚을 수 있는 전문가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 전 장관의 검토를 거쳤다는 말에는 수긍했지만 무거운 느낌은 받았다"고 회고했습니다.
박 전 총장은 문건에 포함된 '처단'이라는 표현에 대해 "놀라서 다시 읽어봤다"며 "계엄법에 의해 처벌하고 단죄하는 건가 보다 했는데 우리 군대에서 쓰는 용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같은 날 열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수개월 전부터 계엄을 암시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3일 밤 9시 50분쯤 비상계엄 소식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 뉴스1
정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발동하면 안 됩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겁니다. 국민들을 설득하기가 어렵습니다"고 만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나는 결심이 섰으니 실장님은 더 이상 나서지 마십시오. 더 이상 설득하지 마십시오"라고 답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김용현 전 장관에게도 항의했다며 "역사에 책임질 수 있느냐고 언성을 높이자 김 전 장관이 해야지요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도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에게 '실망'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 뉴스1
신 전 실장은 "지난해 3월 안가 회동, 7월 하와이 순방 등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암시했다"며 "저는 분명히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8~9월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신 전 실장이 계엄에 대해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하자 윤 전 대통령이 경질하고, 경호처장이었던 김 전 장관을 그 자리에 앉혔다고 판단했습니다.
신 전 실장은 "대통령이 당시 김용현 경호처장과 술 마시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온 얘기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걸 믿고 있었다"며 "실제 계엄이 일어나서 거기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