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태어난 11세 김하음양이 뇌사 상태에서 장기기증을 통해 4명의 생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23일 김하음양이 지난달 7일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폐장과 간장, 양측 신장을 기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음양은 지난 8월 잠들어 있던 중 갑작스럽게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습니다. 증상이 계속되자 가족들은 하음양을 병원으로 급히 이송했습니다.
김하음양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의료진은 뇌수막염으로 진단하고 치료에 최선을 다했지만, 하음양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하음양이 다시 깨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의료진으로부터 "회복이 어렵다"는 소견을 듣게 되면서 장기기증을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음양의 가족들은 딸이 다른 사람을 살리는 아름다운 일을 하고 떠나면 좋겠다는 마음과, 수혜자들이 건강을 되찾는다면 마음의 위안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1남 1녀 중 막내였던 하음양은 유난히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랑스러운 아이였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춤추는 것을 즐기는 밝고 활동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꿈도 많고 여행을 좋아해서 "비행기를 타고 여러 나라를 다닐 수 있는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김하음양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하음양의 어머니 양아름씨는 "먼저 보내서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며 "엄마는 하음이가 준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면서 지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늘에서는 하음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작별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11살 꿈 많은 친구가 나누고 간 생명나눔의 씨앗이 많은 분께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의 아름다운 마음을 기억하며, 그 따뜻한 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