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화)

박안수 "포고령 속 '처단' 표현에 의문... 이건 뭐지 싶어 다시 읽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포고령에 담긴 '처단' 표현을 보고 의문을 느꼈다고 법정에서 밝혔습니다.


그는 또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포고령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는 지난 22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등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박 전 사령관을 증인으로 신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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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신문은 계엄 선포 전후 상황을 상세히 재구성하는 데 집중됐으며, 박 전 사령관은 현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도 별도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윤 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시청하고 나서야 계엄 선포 사실을 처음 알게 됐으며, 자신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점도 그 순간까지 몰랐다고 진술했습니다.


계엄 선포 직후 박 전 사령관은 여러 부분에서 의구심을 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담화 도중 전투통제실로 들어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위한 화상회의 개방을 지시했고, 자신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한 뒤 "모든 군사 활동은 장관이 진행하며 불응 시에는 항명죄로 처벌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특검 측이 임명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지 묻자 박 전 사령관은 "그런 건 없었고 명령하면 순응하는 그런 분위기였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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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사령관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부분은 '포고령 1호' 문건에 포함된 '처단'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는 "'처단'이라는 단어가 있어서 이건 뭐지 싶어 다시 읽어봤다"며 "계엄법에 의해 처단하고 단죄하는 건가 보다고 느꼈고, 군대에서 쓰는 용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어 "(포고령의) 법적 검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맥락을 짚을 전문가는 없었다"며 "검토를 거쳤다는 말에는 수긍했지만 무거운 느낌은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특검 측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전시·사변의 상황이었느냐"고 질문하자, 박 전 사령관은 "당시에 그런 생각은 못 했다"며 "내막을 모르니까 전시는 아니니까 뭘까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습니다.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에서 '증인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이유가 기존 계엄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박 전 사령관은 "이상하긴 했는데, 계엄의 성격을 전반적으로 잘 모르니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답변에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박 전 사령관에게 "계엄의 군대 매뉴얼이 기본적으로 교전 계엄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군인들도 교전 계엄 외에는 역사도 모르고 관심이 별로 없지 않느냐"고 물었고, 박 전 사령관은 "맞다"고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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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사령관은 포고령 공포 직후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포고령) 하달됐느냐"고 확인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전화하니까 놀라서 하달됐다고 말했다"며,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조 전 청장에게도 포고령을 하달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박 전 사령관은 "'국회를 통제하라'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들은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