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주차구역 불법 주차 신고를 둘러싸고 유튜버와 경찰 간 설전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산되자, 관할 경찰서장이 직접 나서 과도한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박재영 서울 광진경찰서장은 20일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청년 경찰들과 장애인, 그리고 그 가족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며 "제발 마녀사냥을 멈춰달라"고 밝혔습니다.
논란의 발단은 유튜브 채널 정배우가 지난 12일 게시한 영상입니다. 해당 영상에는 장애인주차구역 불법 주차 의심 차량을 둘러싼 상황에서 출동 경찰과 유튜버가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정배우는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한 비장애인 의심 차량을 촬영·신고하는 이른바 '주차헌터' 콘텐츠를 제작해 온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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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서 출동 경찰관이 정배우에게 "신고를 왜 하시는 거냐", "그렇게 똑똑하면 경찰관을 하시든지" 등의 발언을 한 장면이 공개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찰의 대응 태도를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정배우 측은 공익 신고에 대해 경찰이 공격적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일부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영상이 실제 상황과 다르게 편집됐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10월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경찰에 따르면 사건의 출발점은 불법주차 단속이 아니라 시민의 신고였습니다.
당시 장애인주차구역 인근에서 중증장애인인 50대 여성 B씨를 차량에 태우던 장애인 가족 40대 여성 A씨는, 정배우 일행 3명이 차량을 가로막고 촬영을 이어가자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출동했으며, 해당 차량은 애초 불법주차 단속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정배우가 공개한 영상에는 이러한 사전 경위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박 서장은 이를 두고 "공익을 내세워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공익 신고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실 관계를 확인해 신고하는 것과 카메라로 시민을 촬영하고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는 분명히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장애인까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촬영하는 행위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사회 참여를 위축시키는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박 서장은 "장애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불법주차를 두둔하고 순수한 공익 신고를 방해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편집은 경찰을 멍들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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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언을 한 경찰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주의를 당부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서장은 "정의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경찰은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 말과 행동을 조금 더 신중히 하자고 당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배우를 향해 "발언으로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영상은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익명 경찰관 커뮤니티에서 해당 경찰관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하 글이 게시된 데 대해서도 "여성 경찰이라는 이유만으로 폄하하는 행태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