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내 목 조르던 성범죄자가 사무관으로 승진"... 속초시 입장 밝혔다

속초시청 내부에서 13년 전 성범죄 시도 의혹이 제기된 공무원이 최근 사무관으로 승진했다는 폭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속초시는 해당 공무원을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9일 속초시청 노조게시판에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 A씨가 "성범죄자가 사무관이 됐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성1.jpg전국공무원노조 강원지역본부 속초시지부 홈페이지 캡처


A씨는 "2012년 4월 어느 날 저녁 8시~9시쯤, 현재 속초시 팀장인 L모씨가 전화로 '술 한 잔한 상태고 커피 한 잔 하려는데 줄 수 있냐'고 제안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L팀장은 동기모임의 오빠이기도 해서 평소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습니다.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L팀장의 상태도 만취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대화 도중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A씨는 "갑자기 L팀장이 돌변하더니 포옹과 입맞춤을 시도하려고 했다"며 "이제 막 결혼해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도 안된 상태였는데다 L팀장과 아무런 이성적 관계가 없었고, 너무 무서웠다"고 당시의 공포감을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결국 A씨는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건물 2층에서 1층까지 L팀장을 끌어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L팀장은 뜻대로 되지 않자 A씨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A씨는 "숨이 쉬어지지 않고 이러다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순간 생각했다"며 당시의 절망적인 순간을 회상했습니다. 그는 "숨이 넘어가기 직전 L팀장의 손에서 풀려날 수 있었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정신 차리라고 미친거 아니냐고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몸부림을 치며 건물 밖으로 도망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힌 4급 공무원의 불륜 장면... 용산 대통령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Bing Image Creator


당시 A씨가 경찰 신고나 감사팀 보고를 하지 못한 이유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A씨는 "그땐 내가 너무 어렸고, 당시 사회 분위기상 결혼한 지 얼마 안된 새색시가 행동거지를 어떻게 하고 다녔길래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겠냐고 오히려 내게 곱지 않은 시선이 돌아올까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속초 출신이 아니어서 도움을 청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A씨는 해당 사건 이후 고향으로 전출을 떠났습니다.


A씨는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떠나온 게 너무나 후회스럽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 그 일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A씨는 공무원 탁구대회에서 L팀장과 재회했다고 합니다. A씨는 "L팀장 얼굴을 보자마자 그때 일이 떠오르며 너무 불안해졌는데 L팀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OO이 아니니'라며 알은채를 하더라"며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고통스럽기만 하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A씨가 더욱 분노한 것은 최근 속초시 인사위원회 승진심의 결과 L팀장이 사무관으로 승진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속초시 사무관은 아무나 다 되는거냐. 성범죄자가 사무관이라니"라며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속초시는 20일 뉴스1에 "최근 온라인상에 게시된 글을 통해 제기된 사안과 관련,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수사 의뢰가 이뤄진 만큼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 팀장을 직위해제 조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속초시는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